그러나 송씨는 두 번의 좌절은 스스로가 용납하지 않았다. 2010년 2월부터 노숙인 쉼터인 구세군 서대문사랑방에 들어가 '가족을 위해' 건설 일용직, 공공근로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3월부터는 개인 워크아웃에 참여해 월 9만원씩 빚을 갚아나가면서 버는 돈의 90% 이상을 모으기 시작했다. 송씨는 지금 통장 4개를 가진 '부자'다.
저축왕으로 뽑힌 노숙인 가운데는 주식 투자로 재산과 가족을 모두 잃고 난 뒤 건설현장 잡부로 일하며 버는 돈의 95%를 저축하는 전직 영어강사도 있다. 또 12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왔다가 남편의 폭력과 무능력을 견디다 못해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선 여성, 정신장애 등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들의 삶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더불어 앞으로 노숙인들을 어떻게 돕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가를 제시하는 실마리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가족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애착, 주위의 따뜻한 보살핌과 격려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스스로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