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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스마트무인기]무인기, 살 사람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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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무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장 인터뷰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10년 전, 스마트무인기 개발 기술을 갖고 있던 국가는 전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했다. 미국도 1950년대부터 연구를 진행해 2007년에서야 상용화에 성공한 기술이다. 그래서 스마트무인기 개발 사업은 무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년만에 스마트무인기를 개발하겠다고 하면 누구나 말도 안 된다고 그랬었지요." 결과는 예상을 깬 성공이다. 이제 스마트무인기 개발사업은 내년 3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무인 천이비행 등 어려운 관문을 전부 통과했다. 2009년 8월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장으로 선임돼 개발사업의 후반부를 지휘해 온 김재무 사업단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김재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장

김재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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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무인기 개발 사업의 시작은 지난 2002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미래 신기술 개발'을 내걸고 추진된 범부처 장기연구개발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업 선정 단계에서부터 쉽지 않았다. 항공우주기술에 대한 평가가 박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노테크놀로지(NT). 바이오테크놀로지(BT)등 잘 나가는 기술들이 경합을 벌였지만, 항공우주사업에 대해서는 과연 핵심기술에 걸맞느냐는 비판론자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 때 다른 분야들이 워낙 쟁쟁해서 거의 안 될 뻔했어요. 갑자기 빈 자리가 생겨서 가까스로 합류했죠." 이렇게 스마트무인기 개발 사업은 18개 중장기 대형 국가연구개발 프로젝트로 첫 걸음을 떼게 되었다.

사업단 책임연구원으로 기획에서부터 함께했던 김 단장은 스마트무인기와 10년을 고스란히 함께 해왔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으로 유학한 김 단장의 전문영역은 원래 헬리콥터다. "대학 졸업 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비행기와 미사일 풍동 시험을 맡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미국에서 헬리콥터를 가르치는 '3대 대학'으로 꼽는 것이 조지아 공과대학과 메릴랜드 대학,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이예요. 여기서 원래 공부하던 것에 헬리콥터 기술을 접목하게 됐습니다."
유학에서 돌아온 김 단장은 1994년 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 자리를 잡는다. '차세대 헬리콥터'인 틸트로터 항공기 기술에 이끌리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인연이었다. 김 단장은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헬리콥터 수요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독자 기술이 없어 상당히 가슴아팠다"며 "직접 헬리콥터 사업을 하자고 군도 접촉하고 뛰어다니다가 스마트무인기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이 시작되던 2002년에는 누구도 스마트무인기, 즉 틸트로터 무인기의 개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일반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틸트로터 무인기는 일반 회전익기인 헬리콥터의 다음 단계다. 그는 "회전익기 헬리콥터 기술이 성숙하기도 전에 틸트로터 무인기에 도전하게 됐다"며 "10년 후를 내다보는 계획서를 썼지만 말 그대로 계획에 불과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미국은 대형 틸트로터 유인기를 1950년대부터 개발하며 쌓아 온 데이터가 있습니다. 소형 틸트로터 무인기 '이글아이'도 이 대형기를 축소한 형상이예요. 그렇지만 우린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죠." 날지 안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면서 시작했다. 추락도 겪었다. 그 때마다 조금씩 배워 나갔다. "막 (비행기를)떨어뜨리면서 비행제어술을 배우고, 실물기를 만들면 이렇게 해야겠다고 하나씩 익혔어요. 제일 힘들었던 건 비행기가 잘 안 날 때였죠. 앞으로 가려고 하면 뒤로 가고 옆으로 가고..." 김 단장은 "몇 번 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을까 좌절했었다"며 "(스마트무인기를) 띄울 수 있을지 의심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회전익인 로터를 완전히 눕혀 수평으로 나는 천이비행 시험은 올해 2월에 시작돼 9월에 마무리됐다. 가장 큰 관문으로 여겨지던 천이비행에 성공하는데 대략 7개월이 걸렸다. "미국의 헬리콥터 업체인 벨 사가 이탈리아 항공기 제조업체 아구스타와 손잡고 개발한 유인 틸트로터기가 천이비행에 성공하는데 2년 4개월이 걸렸다"며 "우리는 컴퓨터로 하는 무인기 조종인데도 7개월만에 성공했다고 하면 그쪽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란다"는 설명이다.

애초 항우연은 틸트로터 항공기 기술을 보유한 벨 사와 손을 잡았으나 2005년 벨 측에서 틸트로터 무인기를 포기하며 단독 개발 체제에 들어갔다. "그 사람들은 항상 '쟤들이 할 수 있을까'라며 혀를 차고 있었는데, 올 여름 워싱턴에서 열린 북미무인기기전시회(AUVSI) 2011에 우리 스마트무인기가 전시되니까 충격을 받은거죠." 올해 AUVSI 2011에서 항우연은 미국 최대 헬리콥터 업체인 시콜스키사의 부스에 스마트 무인기를 병행 전시했다. 벨 사의 임원진이 직접 스마트무인기를 보러 방문하는 등 스마트무인기는 전시회의 화제였다. 지금 전세계에서 틸트로터 무인기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중동지역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단장은 "중동에서는 사막 유전 감시용으로 스마트무인기를 띄우려고 한다"며 "유인기 활주로에서 무인기를 띄우기가 쉽지 않은데, 스마트무인기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해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용화가 아직까지 또 다른 관문으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도 수요가 발생해야 상용화가 쉽습니다. 일단 내년에는 60% 축소 모델로 국내 업체와 협력생산을 모색중이나, 사업화에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 단장의 다음 목표도 물론 상용화다. "시연기를 개발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죠. 기술개발을 해 놓고 사장되면 안 되잖아요. 신뢰도도 높여야 하고, 사실 개발만큼의 노력이 들어갈 거예요."

내년 3월이면 연구사업을 종료한 스마트무인기 개발 사업단은 해체된다. 사업단에 모였던 연구원들은 각자 자기 원래 소속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김 단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이후다. "제 미션은 이게 실용화되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계속 실용화를 위해서 뛰어다니고 있어요." 그는 앞으로의 구상을 길게 이야기했다. "군에서도 수요가 있고 해양경찰에서도 수요가 있을 거라고 봐요. 성능도 올려야죠. 지금 속도 400km에 도달했는데 500km까지 올리고, 일반 항공기들을 피해서 날 수 있는 충돌회피 비행 기능을 확보하고 또 이동하는 함상에서도 정확히 뜨고 내릴 수 있도록 GPS 관련 기술도 더할 겁니다." 그는 "(스마트무인기 개발 사업은)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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