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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고독한 왕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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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6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또 하나의 백성이 죽었다. <뿌리 깊은 나무>의 원작에서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미스터리 소재가 세종 치세의 치열한 혁신을 드러내는 장치였다면, 그 시대정신의 근원을 더 깊이 파고들어간 드라마는 거기에 이도(한석규)의 피의 트라우마를 함께 녹여낸다. ‘이도의 조선’의 시작은 “무술년 그날 밤 이후로” 더 이상 그 때문에 죽는 백성이 없게 하겠다는 맹세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 맹세의 계기가 된 장본인이자 ‘그가 살린 첫 백성’인 똘복(장혁)이 자신을 죽이러 돌아왔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알게 된 이도가, 그의 또 하나의 첫 백성 소이(신세경) 앞에서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똘복과 소이는 “조선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왕의 책임”임을 일깨우며, 양반이든 노비든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를 살리는 나라를 모색하려는 이도의 정치관의 해답이자 뿌리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6회에서 똘복의 귀환과 이도의 그러한 정치관을 압축한 훈민정음의 첫 등장을 동시에 그려내는 에피소드들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작품의 주제를 더욱 단단하게 다진다. 마침내 일부의 모습을 드러낸 한글 앞에서 당황하는 사대부들의 혼란은, 한자를 앞에 둔 백성들의 심정과 대비를 이루며 한글이 지닌 전복성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마치 마방진을 맞추듯이 조합해낸 첫 한글이 ‘밀본’이라는 것과 그 조직의 수장 중 한 사람인 심종수(한상진)가 그것을 보고도 해독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 나라의 진정한 ‘밀본’, 즉 숨은 뿌리는 밀본지서가 말하는 사대부가 아닌 백성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소이에게 던진 “네가 흔들리면 나도 무너진다”는 이도의 말은 그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나무를 세우고자 고독한 길을 걷는 왕의 아픈 내면이다. KBS <한성별곡-正>에서 궁녀 나영(김하은)에게 솔직한 고뇌를 드러내던 정조(안내상) 이후, 백성 앞에서 맨얼굴을 내보이는 가장 인간적인 왕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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