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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마을의 비극'..."여름은 여전히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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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림동에 위치한 아카시아마을 전경.

서울시 신림동에 위치한 아카시아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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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아카시아 마을의 봄이 차갑다.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이 마을은 무허가 판자촌이 난립한 곳으로,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가지 끝에서는 푸르른 잎들이 어느덧 숲을 이뤘다. 하지만 마을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면서 96가구의 주민들은 또다른 한파를 맞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 산121번지 일대 아카시아 마을이 법원 경매로 나왔다. 정확하게는 건물을 제외한 토지 전체가 경매물건으로 잡혔다. 총 5만3554㎡ (1만6200평) 규모로 감정가격은 166억174만원에 달한다. 현재 1회 유찰돼 20% 가량 가격이 깎여 최저가는 132억8139만원에 책정됐다.
공부상 이곳은 임야다. 허가된 주택이 하나도 없다. 마을 입구, '아카시아 마을'이라는 이름이 적힌 현판이 서 있지만 이곳은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무허가 판자촌이다.

아무도 살지 않아야 할 이 곳에는 총 122가구(경매물건 96가구)가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60대 노인들로 천막, 판자, 슬라브 등 집의 형태는 갖췄으나 집이라고 하기에는 열악한 집에 살고 있다. 상수도도 지난 2007년에야 들어왔다. 지난해 겨울에는 무허가라는 이유로 염화칼슘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 했다.

이처럼 어려운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 마을에 또 한 번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마을을 포함한 인근 땅 전부가 경매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상 본래 이 땅은 두산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박승직 회장과 그의 차남 고(故) 박우병 회장이 절반씩 소유하고 있었다. 이어 박승직 회장의 지분이 그의 장남인 고(故) 박두병 회장에게 넘어갔으며 그는 다시 고(故) 박용오 회장에게 땅을 넘겼다. 박우병 회장의 땅도 쪼개져 그의 후손들에게 전해졌다.

땅은 이처럼 두산그룹 일가에서 지켜져 오다 한 개인으로 넘어가면서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그는 두산그룹 일가에 52조각으로 쪼개져 내려온 이 땅을 차례차례 수거한다. 2007년까지 모두 사들였으나 2010년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토지전체가 경매시장에 나왔다. 등기부상 채권총액은 63억98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땅이 쉽게 낙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0여가구의 주민들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진우 소나무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 및 철거가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는 힘들 것"이라며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활용도도 떨어져, 사업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유찰이 거듭돼 수지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 주민 외에도 땅 자체적으로 큰 사업성이 없어 낙찰될 가능성이 낮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당 구청과의 협의가 중요할 것"이라며 "1종에서 2,3종으로의 용도변경, 준보전산지의 조건부 개발 허용 등 시와 협의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면 위탁고도 등을 고려해도 약 15층 아파트 1000가구 가량을 지을 수 있어 낙찰가격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매는 특성상 경매신청자가 취하하기 전까지는, 낙찰자가 나타날때까지 계속 가격이 떨어진다. 이에 시와의 협의가 전제된 상황이라면 낙찰받아 사업성을 높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특히 장기 경기 침체로 건설사 및 대형 투자자들이 수익사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카시아 마을의 한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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