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MBC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이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 시청률은 기대 이하다. 18일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결과 17일 오후 방송된 '즐거운 나의집'은 전국시청률 8.5%를 기록했다. 11일 방송분보다 0.4%포인트 오른 수치지만 아쉬움이 남는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즐거운 나의 집'은 '미스터리 멜로'라는 방송가에선 보기드문 장르를 내세운데다, 김혜수, 신성우, 윤여정 등 상당수 주조연급 배우들의 호연과 매회 예측불허의 흥미진진한 전개가 마니아를 형성하면서 시청자들도 '급호평'으로 분위기가 변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
하지만 ‘즐거운 나의 집’이 경쟁작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것은 극에 대한 거부감의 반증이다. 드라마에서 인물들은 겉보기엔 화목해 보이는 대부분이 증오감만 가득하다. 어떤 사회적 관계보다도 단단하게 묶여있어야 할 가족 관계가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모두 깨어지고 흩어져 있다.
시청자들도 "제목은 '즐거운 나의 집'인데 하나도 즐겁지 않다", "불륜과 살인, 불신만 판치는 막장 드라마 아니냐"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즐거운 나의 집’은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만 시청률을 올리려는 일부 막장극과는 당연히 다르다. 오경훈PD 역시 "극단적인 설정이 막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막장은 설득력 개연성 없이 가정을 깨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설득력이 있다. 막장이 아닌 부부관계탐구로 보면 된다.”라고 설명한다.
이날도 모윤희의 아버지는 진서의 아들을 납치한 것처럼 꾸민 뒤 진서에게 협박 전화를 걸며 "부모에게 자식이란 참 소중한 존재지...그건 날 너무 늦게 깨달았어. 이제부터라도 아비 노릇 잘 해볼 생각이야"라고 말한다.
더불어 진서와 상현이 다투는 모습을 본 아들이 “엄마는 아빠랑 사랑해서 결혼했으면서...왜 사랑안해요”라는 말은 너무나 단순해서 쉽게 넘길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대사들은 요즘을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막장 드라마에 환멸감을 보이면서도 정작 우리 주변 사람들이나 가정에서는 더욱 막장다도 일들을 태연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이혼을 앞둔 부부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재구성해 큰 인기를 누렸던 '사랑과 전쟁'이 모두 허구가 아닌 실제 사연을 소재로 했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같은 의미에서 '즐거운 나의 집'은 최근 TV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미스터리 멜로라는 장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았다고 볼수 있다. 게다가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주조연 배우의 호연은 덤이다. 이때문에 근래 보기드문 웰 메이드 드라마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왕이든 농부든 자기 가정에서 기쁨을 찾는 자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괴테의 말을 우리 모두 실감하기 간절히 바란다'라는 '즐거운 나의 집'의 기획 의도는 이 드라마에 대한 매력을 바로 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 h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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