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나 "항공기가 마하에 진입하려면 전체 소재를 바꿔야하듯,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선발에 차이고 후발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2004년 4월 사장단 경영전략회의), "앞으로 10년대 삼성 대표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진다. 다시 시작해야한다"(지난 3월 24일 경영복귀 발언) 등.
지난 3월 경영일선에 전격 복귀한 뒤 이 회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애플과 구글 등 IT 분야 다크호스들의 등장과 유럽발 재정위기, 장기적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삼성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과 신사업 진출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복귀 한 달 여 만에 신사업 추진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2020년까지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 건강증진 관련 신사업분야에 그룹차원에서 23조원을 투자하는 '통 큰' 결정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로 삼성은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재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특히 대중소기업의 상생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발빠르게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발표하도록 하는 등 일사분란한 대응을 효과적으로 진두지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달초 최지성 사장 이하 전 사업부장과 1~3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참석한 상생협력 대토론회에 앞서, 중소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전략을 보고받고서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사장단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번 G20 비즈니스 서밋에도 이 회장은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참여해 전세계 주요국 정상과 기업가들과 만남을 통해 기업가적 리더십을 선보일 전망이다. 특히 이 회장은 G20 비즈니스 서밋의 녹색성장 분과에 참여해 삼성의 친환경 미래경영 전략의 노하우를 전세계와 공유한다. 삼성은 지난해 대규모 녹생경영 선포식을 열고 친환경 미래정책을 펼치기 위한 '플래닛퍼스트'(Planet first) 전략을 제시하는 등 녹생성장 분야를 개척해온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반도체 성능을 향상하고 소비전력을 줄이는 '그린메모리' 캠페인이나 에너지 모니터링 기술인 '스마트그리드'가 그 대표적 성과물로, 이 회장은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이 같은 녹색경영 성공사례를 전세계 정상과 기업에 전파함으로써 글로벌 지속성장의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의 글로벌 행보도 G20을 기점으로 더욱 활기를 띌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한 이 회장으로서는 국가적 숙원사업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글로벌 여론조성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미 지난 12일 멕시코 세계 국가올림픽총연합회(ANOC) 총회 참석차 출국해 현지에서 각국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G20서울 정상회담을 불과 20여일 앞둔 지금 이건희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선대회장의 유지를 다시 한번 가슴에 아로새기고 있을지 모른다.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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