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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니즘 부활 우려에 아르헨 '휘청'…증시·페소화 폭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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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아르헨티나식 대규모 무상복지 정책을 의미하는 '페로니즘'의 부활 우려가 커지면서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친(親)시장주의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대선 예비선거에서 좌파 포퓰리즘 후보에 크게 패배하면서 증시가 폭락하고 통화가치도 추락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증시의 벤치마크인 메르발지수는 전거래일대비 37.93% 하락한 2만7530.80에 장을 마감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메르발지수가 달러 기준으로는 48%까지 폭락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낙폭은 지난 70년간 전세계 94개 주식시장에서 두번째로 컸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도 폭락했다. 달러당 페소화 환율은 이날 53.0페소로 장을 마감해 전거래일보다 17.7% 상승했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페소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페소화 환율은 장중 한 때 달러당 62페소까지 오르며 가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시장이 크게 흔들린 이유는 전날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 결과 때문이다. 예비선거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운 중도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47.7%를 득표하면서 현 마크리 대통령(32.1%)을 15%포인트 이상 격차로 따돌렸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27일 대선을 앞두고 마크리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마크리 대통령은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예비선거의 안 좋은 결과를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리 대통령의 이날 예비선거 패배는 실패한 경제 개혁 탓이다. 2015년 12월 집권한 마크리 대통령은 재정 긴축을 중심으로 한 경제 구조 변화를 추진해 왔지만 이 과정에서 물가와 실업률이 빠르게 치솟았다. 기대 만큼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4년이 채 안돼 아르헨티나식 포퓰리즘인 '페로니즘'의 향수에 젖어든 셈이다.

지난 6월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5.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월 25.01%였던 CPI 상승률은 지난해 말 47.65%까지 두배 가까이 급등했고 올들어서는 50%를 넘어섰다. 실업률도 올해 1분기 10.1%로 집계되면서 2006년 3분기(10.2%)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대로 올라섰다. 경제상황이 급격이 악화되자 유권자들은 마크리 대통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15년 당시 '제로 인플레이션'을 주창하며 물가를 낮추고 경제 개방ㆍ개혁, 부패 척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또 초긴축 재정과 고금리 정책을 통해 전 정권의 포퓰리즘 경제 구조를 바꾸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급락하고 8월 터키에서 시작된 신흥국 통화 약세 여파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마크리 정권의 개혁 정책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물가는 이전보다 더 치솟고 고용은 줄어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보조금 삭감에 따른 공공서비스 가격 인상은 가뜩이나 고물가에 허덕이는 국민들의 불만을 키웠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70억달러(약 69조44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2001년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따른 구제금융의 경험 탓에 IMF의 긴축 정책으로 위기가 더 악화됐다는 국민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날 아르헨티나 금융 시장은 오히려 좌파 진영의 승리를 더 큰 경제 리스크로 판단했다. 포퓰리즘으로의 회귀가 가져올 경제 파탄을 우려한 셈이다. 영국 컨설팅업체인 베리스크 매이플크로프트의 지메나 블랑코 아메리카 리서치 국장은 CNBC방송에 페르난데스가 승리한다면 IMF 구제금융을 포함해 마크리 행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개혁을 무효로 만들 수 있다면서 "그게 시장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승리하면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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