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예술감독 "협박자 특정돼야 소녀상 전시"…사실상 재개 포기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일본 최대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예술감독이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것과 관련해 협박자가 모두 특정이 돼야 전시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람객의 안전을 중시하겠다는 발언이지만, 사실상 전시회를 조기에 재개할 의사가 없다는 표명에 가깝다.

1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은 전날 나고야에서 열린 행사에서 협박 이메일을 보낸 모든 인물의 특정이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의 전시를 재개할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항의 전화에 대한 대응과 전시시설의 경비체계 증강도 요구했다. 아이치현은 지난 15일 모두 협박 이메일 770통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 협박 이메일을 보낸 사람을 모두 특정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찰은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지난 3일 뒤 닷새가 경과한 8일에야 첫 협박범을 체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지난 1일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서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3일 '안전'을 명분으로 전시를 중단했다. 이에 현지 예술계와 학계, 시민단체들은 전시 재개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며, 참가 작가 약 아흔 명 가운데 미국, 유럽, 중남미 작가 등 열한 팀은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에서 빼라고 요청했다.

쓰다 감독은 소녀상 전시 중단 뒤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난 것에 사과한다. 제 책임이다"라고 말했으나, 전시 중단에 반대하는 작가와 시민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요코다이도 사토시 게이오대 헌법학 교수는 18일 아사히신문에 "문제는 예술감독이 중지 판단에 관계했다는 것이다. 예술감독의 직책은 작품을 지키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