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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디즈니는 나무보다 숲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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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캐포더글리·린 잭슨 '디즈니 웨이'

[Economia]디즈니는 나무보다 숲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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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올해 극장가를 장악했다.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낸 영화만 네 편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 킹', '캡틴 마블', '알라딘.' 21세기폭스를 비롯해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등을 흡수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는 11월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를 내놓는다. 글로벌 최대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보유 기업으로서 권한을 보다 강력하게 행사할 예정이다. 1950년대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당시 영화업계는 텔레비전 방송국에 영화 판권을 판매하거나 대여하기를 거부했다. 디즈니도 처음에는 일정한 거리를 뒀다. 그런데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작품이 상영되는 환경부터 지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흑백화면이 총천연색 영화와 만화영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디즈니는 1953년 텔레비전 업계로 손을 뻗쳤다. 선정된 방송사는 신생 ABC. 디즈니랜드 건설 자금 일부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거실에서 편하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영화 관객은 현저히 감소했다. 디즈니는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사라는 새로운 매체에 자신의 제품이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굳건히 다졌다. 자체 케이블 채널을 만든 데 이어 ABC까지 소유하며 영역을 확대했다. 환경을 지배하는 전략으로 회사를 세계적 규모로 키운 것이다.

역대 영화 최고 수익을 기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역대 영화 최고 수익을 기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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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웨이'는 디즈니가 어떤 방식으로 승승장구하는지 파헤치는 보고서다. 성공을 일궈낸 조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반으로 치열한 조직문화와 경영전략을 들여다본다. 시시각각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오랫동안 선두를 지킨 비결이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근시안적 사고에서의 탈피다. 디즈니는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7년 동안 적자를 거듭했다. 디즈니 테마파크로는 가장 작은 규모와 입장권 발권 시스템 오류 등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름난 놀이시설과 캐릭터들도 현지인들이 낯설어 해 감정 교류에 실패했다. 디즈니는 '라이온 킹' 쇼에 나오는 노래들을 광둥어와 영어로 할 만큼 중국인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방문객의 42%는 중국 본토에서 온 북경어 사용자였다. 여기서 다수는 어린이. 다양한 체험에서 마법과 같은 느낌이 결여될 수밖에 없었다. 디즈니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2020년까지 파크를 확장해 부지를 넓히고 놀이시설과 호텔을 추가하기로 홍콩 정부와 협의했다.


이런 모험을 즐기는 기업은 많지 않다. 아무리 합리적인 제안이라도 자기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면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디즈니는 혁신과 위험을 감수하며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 2016년 상하이에 지어진 디즈니랜드가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고객이 하루 종일 만면에 미소가 가득할 수 있게 하려고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테마파크 규모를 대폭 키웠으며 중국 문화에 기초한 새로운 놀이시설을 만들기 위해 이매지니어링 개발팀에 중국인들을 합류시켰다.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들어보면 디즈니가 홍콩에서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미국 디즈니랜드에 있는 메인 스트리트는 이곳 사람들에게 그렇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곳의 메인 스트리트는 디즈니 테마파크 역사상 처음으로 이리저리 들쭉날쭉 펼쳐진 광활한 풀밭으로 대체됐다. 현지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각광을 받는다.


디즈니가 오는 11월 론칭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 로고

디즈니가 오는 11월 론칭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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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성공을 예단하지 않았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중산층과 2500만 명가량의 상류층, 파크에서 반나절 거리에 있는 인구 3억 명 등으로 실패와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늘 홍콩에서의 악몽을 떠올렸다. 실제로 아이거 CEO는 "관람객이 얼마나 찾을지, 그들의 방문 패턴이 어떨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이 책은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그만큼 디즈니에게 중요한 도전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도전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간 입장객 수를 1000만 명으로 추산하면 회사가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거의 10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안전한 베팅일까? 디즈니라면 그렇다고 생각한다. 도전하려면 시도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하는 용기가 필요한데, 이는 어느 문화권에서든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긍지를 느끼는 회사로서는 절대 변하지 않을 확고한 전통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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