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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할머니와 한국청년의 사랑…한국문학 금기를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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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작가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 사랑과 인생에 대한 솔직한 여정

[아시아경제 조영철 기자]

‘스너글러’라는 유령이 뉴욕을 떠돌고 있다. 30대 한국인 불법체류자 장은 스너글러라는 일을 하며 먹고 산다. 스너글러는 돈을 받고 외로운 사람을 안아주고 체온을 나누는 직업이다.

뉴욕은 대체 어떤 도시이기에 이런 직업이 생겨났을까? 마천루에 에워싸여 그 이름만큼이나 사람들을 주눅들고 외롭게 만드는 거대도시 뉴욕에서 이런 희한한 직업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작가는 스너글러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보고 호기심이 생겨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고요한 지음, &·앤드)

70대 미국인 주류 계층 할머니와 30대 한국인 불법체류자 청년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제목부터 파격이다. 도발이다. 딱 1년전 단편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로 파격적인 남녀의 사랑을 선보이며 한국문단의 숨은 보석으로 평가받은 ‘고요한’ 작가가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이 단편집에 실린 ‘종이 비행기’는 세계적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에 소개됐으며 평론가들로부터 '무섭도록 아름답고 잔인하게 슬픈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고요한의 소설은 사랑에 대한 원초적 질문이자 궁극의 갈증이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아름답게 완성되는 사랑이 아니라 파격적이고 깨진 사랑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한다. 작가의 사랑에 대한 궁금증과 상상력은 장이란 인물로 투영된다.

장은 스너글러 일을 하는 자신을 ‘몸을 파는 게’ 아닌, 정당하게 외로운 사람을 안아주는 산타클로스라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요커 상류층 70대 할머니 마거릿을 만나 결혼 거래를 한다.


“여기서 거래를 그만할까?”

“이번에는 진짜 거래를 해요.”

“진짜 거래?”

“이제부터 진짜 사랑을 하자고요.”

장이 남편과 사별한 마거릿에게 접근한 건 사실 처음엔 영주권을 노린 불순한 의도였다. 마거릿도 장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청혼을 받아들인다. 마거릿은 사랑의 마음으로 장이 원하는 것을 준다. 장도 시간이 갈수록 수많은 여자를 안았을 때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낯설지만 부정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랑으로 빠져들며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이게 사랑인가?


뉴요커 할머니와 한국청년의 사랑…한국문학 금기를 깨다 원본보기 아이콘


가난하고 불안정한 청년의 신분과 노년의 외로움. 서로의 결핍이 불러온 사랑의 결말은 행복할까? 작가는 이 특별한 관계를 통해 사랑과 인생에 대한 솔직한 고민과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오늘도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늘 사랑이 궁금하다.

작가는 책 들머리에서 이런 사랑에 대해 질문으로 사랑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었음에도 나중에 깨달음처럼 사랑이 되는 사랑이 있다.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음에도 나중에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치게 하는 사랑도 있다.”



고요한 작가

고요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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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소설가)은…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신문기자 생활을 하다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됐다. 2020년 첫 단편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가 출간되면서 한국문단의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조영철 yccho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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