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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주목한 한지]①"'8000년 보존 가능' 한지, 문화재 복원 최상의 재료" 伊도 감탄한 우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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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지 5종,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 용지 인증시험 합격
일본 화지 독점시장서 독보적 기능성 입증
국립로마미술대, 한지연구실 갖추고 직접 제작하기도
문화재 복원 소재에서 새로운 미술 재료로 각광

“한지의 장점은 결합력과 유연성이다. 지금 작업 중인 16세기 아랍 지도의 경우 양피지로 제작됐는데, 약화되고 결실된 테두리 부분을 한지를 덧대어 보강해 복원하고 있다. 건조할 때나 습윤 시 모두 유연성이 높은 한지는 지류문화재 복원에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재료다.”


로마 국립이탈리아중앙도서관 내 복원연구실에서 만난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 소속 실비아 소트쥬(Silvia Sotgiu) 복원팀장은 작업 중인 16세기 양피지로 제작된 아랍 지도를 꺼내 복원부를 설명하며 한지의 우수성을 예찬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로마 국립이탈리아중앙도서관 내 복원연구실에서 만난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 소속 실비아 소트쥬(Silvia Sotgiu) 복원팀장은 작업 중인 16세기 양피지로 제작된 아랍 지도를 꺼내 복원부를 설명하며 한지의 우수성을 예찬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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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국립이탈리아중앙도서관 내 복원연구실에서 만난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 소속 실비아 소트쥬(Silvia Sotgiu) 복원팀장은 작업 중인 16세기 양피지로 제작된 아랍 지도 ‘알리 이븐 아마드의 알샤라피 세계지도(1579년 튀지니 스팍스 지역에서 제작)’를 꺼내 복원부를 설명하며 한지의 우수성을 예찬했다. 세계적 유형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 강국 이탈리아는 복원 분야에서도 유서 깊은 시스템과 폭넓은 전문인력을 자랑한다. 이들이 최근 10년 사이 주요 복원 소재로 한지를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는 2016년 경남 의령 신현세 전통 한지 공방에서 제작한 한지 2종을 유럽문화유산 복원 재료 공식 인증했다. 인증 직후 현장에 투입된 한지는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기도문인 카르툴라(chartula)와 로사노 복음서(Rossano Gospels) 등 중요 문화재 5점 복원에 활용됐다.


특히, 1224년 양피지에 쓴 기도문 카르툴라는 이탈리아의 국보로 손꼽히는 문화재로 복원에 한지가 활용되자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소트쥬 팀장은 “카르툴라와 로사노 복음서 복원작업에는 훼손된 책의 페이지와 책등의 연결부 보강에 한지가 쓰였는데, 종이로서 섬유가 분산된 정도(지합)와 투명도, 강도 특성이 우수해 양피지 문서 복원 시 결합력이 좋아 훼손부를 메우거나 감싸는 방식 등으로 책의 원형을 보존하는 소재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한지를 활용해 고지도의 손상부를 복원하는 모습. [사진제공 = ICRCPAL]

한지를 활용해 고지도의 손상부를 복원하는 모습. [사진제공 = ICRC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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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문화재 복원은 항상 작품의 원형을 유지하되 언제든 제거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이뤄져야 근 미래에 더 발전한 기술로 복원작업이 용이하다”며 “더 나은 재료가 나온다면 대체되겠지만, 얇으면서도 장력을 유지하며 다양한 문서 소재와 결합력이 좋은 재료로서 한지의 수요는 당분간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탈리아에서 한지가 문화재 복원 소재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은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인 2014년 밀라노에서 진행된 한지 워크숍을 기점으로 본다. 종전까지 이탈리아 고문서 복원에는 대부분 일본의 화지(和紙)가 사용됐다. 1966년 피렌체 대홍수 당시 많은 문화재가 침수됐을 때 일본에서 현지에 종이를 대량 지원하고 꾸준히 홍보에 나선 결과, 이후 화지는 이탈리아와 유럽 전역의 문화재 보존과 복원시장을 자연스럽게 선점했다.


한지 워크숍에는 이탈리아 전역의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이 참가했고, 이들은 직접 한지 제작과정을 지켜보고 이를 복원작업에 적용해보며 화지나 유럽에서 제작된 다른 종이 대비 한지가 갖는 물성을 몸소 체험했다. 한지 워크숍을 계기로 복원 전문가들은 자발적으로 한지연구동호회 ‘그룹130’을 결성했고, 이들은 이듬해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문서 보존 컨퍼런스에서 한지의 우수성과 적용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며 유럽 복원 학계에 직접 한지를 알렸다.


페데리카 델리아(federica delia) 국립로마미술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6년 지류전문가 한지워크숍에 참가해 전북 완주군 대승한지마을에서 직접 한지 제작을 체험하는 모습. 델리아 교수는 한지를 연구하는 복원전문가 모임 '그룹 130'을 이끌고있다. [사진 = 본인제공]

페데리카 델리아(federica delia) 국립로마미술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6년 지류전문가 한지워크숍에 참가해 전북 완주군 대승한지마을에서 직접 한지 제작을 체험하는 모습. 델리아 교수는 한지를 연구하는 복원전문가 모임 '그룹 130'을 이끌고있다. [사진 =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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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유럽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직지심체요절은 한지의 내구성을 증명하는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됐다. 직지를 아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소트쥬 팀장은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보다 78년 앞선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지금도 거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경이로운 문화재”라며 “몇 해 전 국내(이탈리아) 연구기관의 보존성 실험 결과 일본 화지의 내구성은 1750년이지만, 한지는 8000년까지 지속 가능한 것으로 밝혀져 학계에서도 한지를 더 선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지에 대한 이탈리아 현지의 관심은 문화재 복원을 넘어 다양한 미술작품 소재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는 국립로마미술대학교 주최로 한지 미술전이 개막했다. 2015년 로마에서 진행된 전통 한지 제작 시연회에 로마미대 교수진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한지 제작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학교는 2016년부터 전통 한지 제작과정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개설해 8년째 이탈리아와 유럽의 미래 한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과 국립로마미술대학교가 주최한 'Officine didattiche 2023' 전시 개막식 전경. 로마미대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한지 전용 연구실을 갖추고 한지 제작 과정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해 현지 한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사진제공 =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과 국립로마미술대학교가 주최한 'Officine didattiche 2023' 전시 개막식 전경. 로마미대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한지 전용 연구실을 갖추고 한지 제작 과정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해 현지 한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사진제공 =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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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로서의 한지의 물성뿐만 아니라 전통 한지 제작과정을 중시하는 로마미대 학생들은 “제작과정 중 닥섬유를 물에 섞을 때 나는 소리, 한지 도침 작업 등에 투입되는 노동의 숭고함과 명상적 순간이 깃든 종이 한 장 한 장의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로마미대에서 한지 워크숍을 진행한 이승철 동덕여대 교수는 이탈리아 학생들이 한지통으로 직접 한지를 정성스럽게 만드는 과정을 보고 “요새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라며 감상평을 남겼다.


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한지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전예진 원장은 “한지가 이탈리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한지만이 가진 특유의 질긴 성질과 규칙적이지 않은 닥섬유의 방향, 천연 염색 재료를 빨아들이는 고유의 물성 등이 많은 복원가의 작업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며 “한지라는 종이가 이탈리아에 알려진 만큼 로마미대와의 한지 정기전을 비롯해 향후 한지 디자인, 공예. 사진. 부조 등 다양한 한지 미술을 현지에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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