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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슬픔의 삼각형' 젊은 천재감독의 통렬한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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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2관왕
자본주의 사회 뒤집어…신랄한 풍자

'슬픔의 삼각형' 스틸[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슬픔의 삼각형' 스틸[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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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모델 여러 명이 청바지 차림에 웃통을 벗은 채 나란히 서 있다. 이때 사진기사는 주문한다. "자 발렌시아가 표정을 지으세요. 이번엔 에이치엔앰(H&M), 발렌시아가, 에이치엔엠, 발렌시아가…." 모델들은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 소리엔 턱을 들고 눈을 내리깔면서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가, 에이치엔앰 소리엔 상냥하고 밝게 미소 짓는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냉소적이고 우스꽝스러운 풍자에 웃음이 터진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현대사회에도 계급이 존재함을 암시하며 시작된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지난해 75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에서 상영 당시 8분 기립박수를 받으며 뜨겁게 주목받은 작품이다. 마치 2019년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문제를 블랙코미디로 그려 박수받았다. 루벤은 '더 스퀘어'(2017) 이후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으며 칸에서 최고상을 2회 수상한 9번째 감독이 됐다.

호화 크루즈에 협찬으로 탑승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이 백인 부자들 사이에 있다. 여행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이 배쯤은 구입할 수 있다며 담담하게 재력을 과시한다. 승무원들에게 자본 권력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도 서슴지 않는다.


'슬픔의 삼각형' 스틸[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슬픔의 삼각형' 스틸[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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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주최한 만찬 도중 엄청난 파도에 크루즈가 휩쓸리며 일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배가 격하게 요동치는 순간에도 화장실 청소 담당자들은 밀려드는 바닷물과 승객들의 토사물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이윽고 호화 크루즈는 뜻밖의 상황과 마주해 난파된다. 모델 커플과 러시아 재벌, 승무원 등 8명은 인근 무인도에서 눈을 뜬다.

영화는 총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모델 커플 칼과 아야의 이야기를 그리고, 2부에서는 초호화 크루즈를 배경으로 부자들의 위선을 바라본다. 3부에서는 무인도에서 계급이 전복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버젓하게 존재하는 계급사회를 비추며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내 계급은 전복된다. 크루즈에서 청소를 담당하던 노동자는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된다. 값비싼 보석과 롤렉스 시계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무인도에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야생 적응 능력을 지녔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도움을 당연한 특권쯤으로 여기던 백인들은 이내 뒤바뀐 위치를 인정하며 무리에서 적응해간다.


'슬픔의 삼각형' 스틸[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슬픔의 삼각형' 스틸[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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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상을 뒤집고 또 뒤집으며 현대사회에 견고하게 형성된 보이지 않는 계급을 전복시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상위 계급의 특권층을 통렬하게 조롱한다. 구토, 똥과 이들을 배치하며 신랄하게 풍자한다.


통렬한 비판과 조롱, 웃음과 냉소가 잘 배어든 블랙 코미디는 강렬한 재미와 여운을 남긴다. 어떤 의미를 주입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관객에게 과감하게 질문을 던지고는 뭉근하게 미소 짓는 '슬픔의 삼각형'이다. 러닝타임 147분. 15세 이상 관람가. 5월17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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