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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알베르 카뮈의 '안과 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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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알베르 카뮈의 '안과 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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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한다.
오늘 소개할 필사 문구는 알베르 카뮈의 수필집 <안과 겉(L’envers et l’endroit)>에 실린 에세이 <긍정과 부정의 사이>에서 가져왔다. 평생을 저항과 부조리에 대해 썼지만, 카뮈는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도 없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 긍정과 부정, 아이러니 같은 삶의 안과 겉은 결국 맞닿아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소소한 삶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카뮈의 글을 한 자 한 자 옮겨쓰다 보면 고통도 기쁨도 결국 하나의 모습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교보문고 브랜드마케팅TF 박정남 팀장이 추천했다. 글자수 101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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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경직된 마음, 그런 모든 것이 다 잠잠해지고, 마침내 나는 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행복을 반추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이건 그보다 훨씬더 간단하고 훨씬 더 쉬운 것이다. 왜냐하면 망각의 밑바닥으로부터 내가 건져 올리는 시간들 속에는 어떤 순수한 감동의, 영원 속에 정지한 한순간의 추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으니 말이다. 나의 마음속에서 오직 그것만이 진실한 것인데도 나는 언제나 그것을 너무 뒤늦게야 알아차린다. 유연하게 구부리는 어떤 몸놀림, 풍경 속에 꼭 알맞게 서 있는 한 그루 나무를 우리는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생생하게 되살려 보고 싶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기껏 어떤 디테일 - 너무 오랫동안 닫아 두었던 냄새, 길 위에 울리는 야릇한 발걸음 소리 같은 - 뿐이지만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그때 나는 나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사랑할 수 있었으니, 마침내 나는 나 자신이 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것은 사랑뿐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고즈넉하게, 그리고 엄숙하게 그 시간들이 그때와 다름없이 벅차고 그때와 다름없이 감동적인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 왜냐하면 지금은 저녁이고, 때는 쓸쓸하고 빛이 사라진 하늘에는 어떤 막연한 욕망 같은 것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되찾은 몸짓 하나하나가 나의 모습을 나 자신에게 드러내준다. 누군가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산다는 게 너무나 힘들어요." 그 어조가 기억난다. 또 한 번은 어떤 사람이 나에게 속삭였다. "가장 못된 짓은 남을 괴롭게 하는 거에요."라고. 모든 것이 다 끝나 버리면 생의 목마름도 잦아든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런 추억들을 더듬으며 우리는 모든 것에 눈에 띄지 않는 똑같은 옷을 입히니, 우리의 눈에 죽음은 낡아버린 색조의 배경화면 같아 보인다. 우리는 다시 우리 자신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우리의 비탄을 느끼며, 그로 인하여 더 많이 사랑한다. 그렇다, 그것이 아마 행복인지도 모른다. 즉 우리의 불행을 측은히 여기는 감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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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 김화영 번역, 민음사, 1만7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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