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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대포통장 빌려준 통장주, 돈 빼서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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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통장 명의를 빌려주면 매달 50만원을 준다'는 제안에, 유모씨(25·남)의 귀가 번쩍 뜨였다. 보이스피싱에 활용될 대포통장을 모집하던 박모씨(29·남)가 내건 조건이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주고받는 행위를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씨는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는 2021년 3월 자신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체크카드와 비밀번호, OTP카드를 박씨에게 건넸다.

박씨는 유씨 명의로 된 대포통장에 본격적으로 돈을 입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 뒤 박씨가 입금한 7148만694원 전액이 한 번에 인출됐다. 50만원씩 143개월간 받아야 얻을 수 있는 액수에, 유씨가 마음을 바꿔 돈을 빼낸 후 잠적한 것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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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다른 20대 공범 2명과 함께 유씨를 찾아 나섰다. 공범은 유씨에게 다음과 같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국에서) 현상금이 걸려서 다 찾아다니고 있어요. 부모님 집도 다 알아냈고 신고도 들어갔습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절반만 돌려주세요. (중략) 마지막 제안입니다. 나중에 살려달라고 후회하지 마시고 그냥."(2021년 4월29일)

"몇 년이 걸려도 찾아다닌다."(2021년 5월1일)

"X XXXX야."(2021년 5월4일)

유씨가 호락호락하지 않자, 박씨 일당은 방법을 바꿨다. 유씨의 지인들을 찾아가 위치를 캐물은 것이다. 자동차 또는 주택에 밀어 넣고 감금해 흉기를 들이밀거나, 유씨 대신 돈을 갚으라며 '차용증 작성'을 강요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씨 일당에게 특수감금·협박, 강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박씨는 유씨의 계좌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넘겨, 가상화폐 투자를 명목으로 갈취한 3억6000만원 규모의 피해금이 입금될 수 있도록 방조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및 사기방조)로도 기소됐다. 통장을 대여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유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최근 박씨의 1심에서 징역 2년4개월을 선고했다.

허 판사는 "범행 수법 등에 비춰 사안이 가볍지 않다"며 "특히 박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을 방조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각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범행 경위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그 밖에 연령과 성행, 환경 등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특수감금 공범들은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고려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유씨에 대해선 별도의 변론 절차가 진행된 뒤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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