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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좀 가져가라구" 해외서 잠자는 K영화 저작권료 45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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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미비로 해외 발생한 수익 못 가져와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개정안 지지 선언
"감독 평균연봉 1800만원…도움 될 것"

장항준 감독의 설명을 재구성한 이미지.[그래픽 오성수]

장항준 감독의 설명을 재구성한 이미지.[그래픽 오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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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에서 돈(저작권료)을 줬습니다. 문화선진국들이 우리에게 줄 돈을 창고에 쌓아놓고 있는데 우리는 받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1년에 받아낼 수 있는 저작권료가 450억원이랍니다. 그 돈이면 수많은 창작자가 가난과 궁핍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장항준)

장항준 감독은 해외 저작권료를 수집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스페인에서 6년, 아르헨티나에서 2년간 잠자고 있던 저작권료 2억6887만원이 최근 국내에 들어왔다.


이번 송금을 통해 저작권료를 수령하는 감독은 '오징어게임' 황동혁, '명량' 김한민, '기억의 밤' 장항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등 500여명이다. 영화·예능·만화 등에 대한 저작권료로, 스페인에서 62명, 아르헨티나에서 약 460명이 수령하게 됐다. 스페인에서는 6년 동안 이용된 작품의 저작권료이며, 이전의 저작권료는 해당 국가 문화기금으로 흡수됐다. 대상자들이 1년 안에 수령하지 않으면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다시 현지로 돌려보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영상저작자 정당한 보상권 보장 촉구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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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K 등 24개 창작자 단체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모여 수여식을 갖고 저작권법 100조 특례조항 일부개정을 촉구했다. 영상저작자의 정당한 보상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다.


프랑스·스페인·아르헨티나 등 해외 40여개국에서 선행되고 있는 ‘정당한 보상’은 베른 협약에 명시된 내국인 대우 원칙에 의하여 해당 국가 내에서 이용되는 작품의 국적과 관계없이 저작자의 보상 권리를 보장한다.

'정당한 보상'(Fair Remuneration)제도란 영상물의 연출자, 각본가 등 주요 저작자가 제작을 위해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경우, 영상물 최종공급자(방송국-OTT-디지털 플랫폼 등)가 저작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유럽, 남미 등에선 보편화돼 있다. 미국에서는 레지듀얼(residual)이라고 부르며, 실질적으로 유사한 보상이 영상물 창작자에게 이뤄진다.


한국 저작권법은 영상물 창작자의 저작재산권 양도 추정만을 규정할 뿐, 정당한 보상권리를 규정하지 않는다. 해외 저작권관리단체(CMO)들이 한국 창작자의 보상금을 국내로 송금하고자 해더라도 국내 창작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송금할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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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K는 "한국 감독도 해당 국가에서 발생한 저작권료를 수령할 권리가 있지만, 저작권료의 국외 송금은 호혜 평등의 원칙에 따라 상호대표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상대국 저작자의 저작권료를 수집하여 송금할 수 있어야만 상대국에서도 송금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예외적으로 스페인의 저작권 관리단체 DAMA(Derechos de Autor de Medios Audiovisuales)와 아르헨티나의 DAC(Directores Argentinos Cinematogr?ficos)으로부터 선제적 송금이 이뤄진 것은 국내 저작권법 개정 운동에 대한 양 단체의 지지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6일 DAMA와 지난달 26일 DAC은 자국 내 한국 영상물 시청에 따른 누적 저작보상금을 DGK에 각각 지급했다.


"창작자 권리 지켜야 제2의 '오징어게임' 나온다"
황동혁 감독[사진출처=연합뉴스]

황동혁 감독[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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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저작권료를 수령한 황 감독은 이날 열린 '영상저작자의 정당한 보상,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에서 영상을 통해 "제2의 '기생충', '제2의 '오징어게임'이 나오려면 우리 산업이 꽤 살만하다는 걸 알게 해줘야 한다"며 "큰 생태계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접근해달라"고 당부했다.


황 감독은 "흥행에 실패하고 작품이 엎어져서 빚을 내어 살던 시기가 있었다. 한 달에 20만원 가지고 살았다. 당시 이 제도가 있었다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돌아봤다.


이어 "제작사도 투자배급사에 모든 권리를 양도하는 것에 동의한다. 영화감독 역시 불문율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출 양상을 보니 투자배급사, 상영플랫폼들과 연결되는 문제라서 한 제작사·제작자와 별도 계약을 맺는다고 실행되리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공정하게 시스템화되려면 국가 차원에서 하는 게 맞다. 한 걸음을 뗀다는 믿음으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해달라"고 촉구했다.


"영화감독 연봉 평균 1800만원, 먹고 살게 해달라"
윤제균 감독[사진출처=연합뉴스]

윤제균 감독[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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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DGK 대표는 "조합에 소속된 영화감독 500여명의 연봉 평균이 1800만원이 안 된다. 일부 스타 작가를 제외하면 한 달에 100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K콘텐츠 강국을 이뤄가고 있다.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시대가 바뀌었다. 변화에 발맞춰 달라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흥행에 대한 금액 얼마를 달라는 게 아니다. 많은 돈을 달라는 말도 아니다. 조금만 먹고 살게 해 달라.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전 세계에서 작가와 감독한테 조금씩이라도 나눠주는데, 우리도 다른 나라에서 하는 만큼 나눠달라고 부탁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장항준 감독도 "평생 감독의 꿈을 꿨지만,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떠난 동료 감독들이 생각한다"며 "많은 창작자가 저작권료로 인해 가난과 궁핍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2의 봉준호, 박찬욱, 황동혁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 잠들어 있는 450억원, 왜?

이들 단체는 국회와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DGK는 "1년에 전 세계에서 받아낼 수 있는 돈이 45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법 100조 개정을 통해 영상물 창작자 보상권 조항을 신설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영상물 저작권 관리단체의 활동 보호를 관리해달라는 설명이다. 100조1항에 영상제작자의 정당한 보상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권리를 제정해달라고 단체는 요구했다.


임순례 감독은 "1987년에 만들어진 저작권법이 빠르게 변하는 제작 환경에 적용되고 있다. 단돈 백원이라도 창작자로서 권리와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한민 감독은 "한국이 시대에 걸맞은 법 개정으로 국격이 높아지고 K콘텐츠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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