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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역 휠체어 참사 22주기…장애인 권리는 여전히 '무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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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22일, 리프트서 떨어져
장애인 이동권 투쟁 시작해왔지만
저상버스 도입률, 30%대 불과해
전장연 오이도서 "이동권 관심" 촉구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22년 전 설날이었다. 노부부는 2001년 1월22일 설을 맞아 막내 아들을 보기 위해 수도권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 도착했다. 당시 3급 장애인이었던 할머니와 옆에서 이동을 돕던 할아버지는 2층 역사로 움직이기 위해 장애인용 리프트에 탑승했다. 노부부를 태운 리프트는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2층에 도착하기 직전, 리프트를 지탱하던 철심이 끊어졌다. 노부부는 7m 아래로 떨어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할머니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리프트의 노후화 문제는 아니었다. 오이도역은 2000년 개통한 역으로 리프트가 설치된지 1년도 채 안 됐다. 설계 자체의 문제인 것으로 지적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철도청이 할머니가 사망하기까지 9시간 동안 사고 사실을 보고하지 않는 등 문제를 숨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분노한 장애인과 시민들은 '오이도역 장애인 수직 리프트 추락 참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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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항의 끝에 장애인 이동권 문제도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2003년 서울시는 저상버스를 최초로 도입했다.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도 2005년 제정되면서 제도적 개선이 이뤄졌다. 2019년엔 장애인들이 역사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도록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16년 동안 투쟁한 결과물이었다. 2021년 기준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역 가운데 254개역에 1개 이상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등 어느 정도 이동권 문제가 개선된 듯 하다.


다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시외로 이동하는 전국 고속버스 가운데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버스는 총 10대, 전체의 0.57%에 불과하다. 설날 같은 명절엔 장애인들의 발이 묶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내에서도 아직 이동하기 불편하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탑승하는 저상버스의 도입률은 지난해 기준 30.6%였다. 정부는 2026년까지 저상버스 도입률을 6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 '장애인 콜택시'의 평균 대기 시간은 지난해 기준 38.9분이다. 장애인들은 콜택시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어 집에서 나가기 한참 전부터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놓는 등 불편함을 겪는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일 지하철 4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 집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20일 지하철 4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 집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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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오이도역에 다시 집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시위를 재개한 것이다. 전장연은 단독면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시는 탈시설 의제와 관련해 다른 장애인단체와도 함께 합동면담을 요구했다. 향후 손해배상 소송 등도 남아있어 대화가 이뤄지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는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손실이 4450억원이라며 앞으로도 무관용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이도역에서 전장연은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전장연 측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수도권 지하철 리프트 관련 사고는 17건에 달한다"며 "여전히 장애인들은 지하철과 버스, 기차, 택시,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안전하고 동등하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시 장애인권리예산의 입법을 촉구한다"며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서울시와의 면담 자리에 출석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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