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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법원의 접근·연락금지명령 위반, 피해자 양해해도 처벌”

최종수정 2022.01.28 09:57 기사입력 2022.01.28 09:57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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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피해자의 양해나 승낙이 있었더라도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이나 연락금지명령을 어기면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개인의 의사로 법원의 명령을 사실상 무효화할 수 있다면 법적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가정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해자의 양해 내지 승낙,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 B씨와 2018년 3월부터 7월까지 동거했던 A씨는 같은 해 9월 법원에서 ▲B씨의 주거 및 직장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 ▲B씨의 핸드폰, 이메일주소, 유선, 무선, 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해 부호, 문언, 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지 아니할 것(이하 연락금지) 임시보호명령 결정을 받았다. 또 같은 해 12월 13일 같은 내용의 피해자보호명령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 같은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2018년 10월 25일부터 11월 20일까지 매일 총 61회에 걸쳐 고양이 밥을 준다는 이유로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B씨의 주거지에 접근하고, 같은 기간 B씨의 휴대전화로 모두 434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내 임시보호명령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밖에 2018년 12월 16일 오후 2시 B씨의 주거지 앞 도로를 자기 차량을 이용해 서행으로 지나가는 방법으로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하고, 2018년 12월 16일 오후 2시 차량으로 피해자 앞 도로를 수회 배회한 후 피해자의 주거지 출입문 앞에 물건을 놓아두는 등 주거지에 접근해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2019년 1월 31일 새벽 1시21분 B씨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한 혐의도 있었다.


앞서 1심은 이 같은 A씨의 공소사실 중 일부 임시보호명령 위반 및 피해자보호명령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 재파부는 A씨의 혐의 중 임시보호명령이 나온 뒤 1달가량 B씨 집 근처에 접근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에 따르면 B씨가 A씨에게 자신의 집 주변 고양이들의 관리를 부탁했고, A씨가 B씨에게 고양이 관리방법 등을 문의하면서 메시지를 주고받은 만큼 B씨가 A씨의 접근이나 연락을 사전에 양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심은 이 같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법원의 접근금지 등 명령의 효력을 피해자 개인의 의사만으로 무력화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다만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전체적인 형량은 그대로 유지됐다.


2심 재판부는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은 피해자의 양해 여부에 관계 없이 피고인에 대해 접근금지 및 문언송신금지를 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원의 허가가 아닌 피해자의 양해나 승낙으로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할 수 있다고 한다면, 개인의 의사로 법원의 명령을 사실상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법적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고양이들의 관리와 관련해 지시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거나 피해자의 주거지에 접근하도록 허락했다고 할지라도, 이로써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임시보호명령의 발령 사실을 알고도 먼저 피해자에게 연락하기 시작했고 이에 피해자가 대응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분쟁 상황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의 관리에 관한 문제 역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갈등에 이르게 된 원인 내지 분쟁의 내용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과 메시지를 주고받던 도중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인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문언을 송신한 이 사건 각 범행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A씨의 혐의 중 임시보호명령이나 피해자보호명령을 송달받기 전에 저질러진 행위들에 대해서는 '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 2019년 1월 31일 새벽 통화의 경우 A씨가 '메시지 내역을 확인하던 중 실수로 전화가 걸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주장과 달리 고의로 전화를 걸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보호명령 위반죄의 경우 법이 과실범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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