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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위로 주고받는 사랑, 나이·직업이 무슨 상관이겠어요"

최종수정 2021.07.01 12:30 기사입력 2021.07.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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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빛나는 순간' 진옥役 고두심
바다에서 여자친구 잃은 청년과 딸을 잃은 중년 제주해녀의 멜로
"남녀간의 사랑으로 생각하면 어려워…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

[라임라이트]"위로 주고받는 사랑, 나이·직업이 무슨 상관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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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제주도에 온 경훈(지현우). 취재 대상은 해녀 진옥(고두심)이다.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웃사촌 영덕(양정원)은 허락받기 어려울 거라고 말한다. "이 동네 남자고 여자고 다 이기는 양반이야, 그 어른이. 여기 1등. 물질도 1등, 성질도 1등." 귀띔대로 진옥은 억세고 빳빳하다. 영덕을 보자마자 망사리를 떠맡기고 꾸짖는다. "이 정신 빠진 놈아. 빨리빨리 오지 않고 어디서 뺀질뺀질 놀다가 이제야 와!" 표독한 눈초리는 자양강장제를 들고 우물쭈물하는 경훈에게도 향한다. "저 멍텅구리는 또 누구야?"


영화 ‘빛나는 순간’은 경훈과 진옥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드라마다. 두 사람에게 바다는 잔인한 공간이다. 경훈의 여자친구와 진옥의 딸을 집어삼켰다. 경훈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바닷물을 멀리한다. 반면 진옥은 높은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맥질한다. 바다가 내주는 식량을 품기 위해 평생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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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은 물 위로 올라오면 숨비소리를 낸다.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는 소리는 억눌린 삶의 숨과 같다. 욕망을 잘라낸 인간의 토로이자 고된 일상을 이어가는 인생의 표현이다. 조금이라도 욕심 부리면 물숨을 먹게 된다. 참고 참다 내쉬는 죽음의 숨이다. 진옥은 욕망을 곧잘 다스리며 멀리한다. 하지만 경훈의 아픔을 보듬다 들이키고 만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에 죽음의 숨은 아니다. 숨비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는 아름다운 욕망이다. 고두심은 "아무리 힘든 일을 하고 살아도 여성의 삶은 포기할 수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직업이나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아무리 억척스럽고 강인해도 해녀 또한 여자랍니다. 그 삶을 응원해주세요."


-서른 살 연하 남성과 사랑한다는 단편적 인상이 부담되지 않았나.

"일반적인 남녀 간 사랑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죠. 나이 차이가 확실히 많이 나니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죠. 영화에서 접하게 될 줄이야…(웃음).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로 이해했어요. 진옥은 경훈의 아픔을 위로하는 데 머물지 않잖아요. 자기 내면의 아픔도 돌아봐요. 그렇게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것이 사랑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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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억척스러운 얼굴과 소녀의 천진난만한 숫티가 공존해 설득력이 배가된 듯하다.

"소준문 감독이 현무암 같은 외형에 들꽃 같은 마음이 있는 배역이라고 설명해줬어요. 전자를 그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전복, 소라, 성게 등이 담긴 망사리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르는 일부터 힘들더라고요. 빈 망사리마저 물에 젖으면 무거웠죠. 실제 해녀들도 남편이나 아들에게 도움을 받아요. 많이 무거우면 바닷속에 묶어 두기도 하고."

-고두심이 아니면 만들 수 없었던 영화라고 하던데….

"제주 하면 고두심이잖아요(웃음). 제주의 혼이라 할 수 있는 해녀 역할이니 당연히 제가 해야죠. 사실 진옥과 경훈의 관계를 상사화로 묘사하는 대목에 감동해 출연하기로 결심했어요. 세속의 여인을 사랑하면서도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한 스님과 닮았다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해요. 단순한 사랑 너머 4·3 희생자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몇몇 친척 어른께서 돌아가시기도 했고. 제사 지내러 가면 생판 모르는 사람까지 찾아와 눈물을 흘려줬어요. 촬영을 준비하는데 그때 기억이 많이 나더라고요. 정말이지,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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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소인 동굴은 4·3 사건 당시 제주도민을 지켜준 보금자리였는데….

"맞아요. 그래서 동굴에서 제사도 많이 지냈어요. 어렸을 때는 무서웠어요. 컴컴해서 뭐가 나올지 모르잖아요. 뱀이 나타날까봐 안절부절 못했죠. 그런 공간에서 안온한 분위기를 낸다는 게 영화의 힘인 것 같아요. 진옥의 마음이 잘 전달됐길 바라요."


-바다에서 자맥질이 능숙하던데.

"제주 출신인데 수영을 못했어요. 제주여중을 다닐 때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놀다 파도에 휩쓸린 적이 있거든요. 너무 무서워서 수영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죠. 영화 ‘인어공주’(2004)에서 잠행 신을 포기할 정도였어요. 제주도에 태풍이 들이닥쳐 동남아까지 가서 촬영했는데 끝내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했죠. 몸에 물이 닿는 순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어요. 대역을 구해서 겨우 촬영했죠.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어요. 제 나이대 대역을 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든 물속에 들어가야 해서 이를 악 물고 연습했죠. 여전히 바닷물이 무서웠지만 함께 촬영한 해녀 분들을 믿었어요. 자칫 물속에 잠기기라도 하면 머리끄댕이라도 잡아줄 것 같아 안심할 수 있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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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과 기성세대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영화는 흔하지 않다.

"촬영 전에는 진옥만 경훈의 아픔을 어루만진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해보니 진옥도 많은 위로를 받고 있더라고요.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의 기운을 받는다고 하잖아요. 그게 분명히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나만 내준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 순간 내게도 뭔가 채워지니까."


-연기하면서 진옥처럼 몸과 마음이 정화됐을 듯하다.

"물론이죠. 사실 연기보다도 고향에서 촬영해서 행복했어요. 열아홉 살에 떠나 가끔 찾았던 제주도의 기억이 온전히 되살아났죠. 사투리가 능숙해서 사람들과 교류하기도 편했어요. 제주도에서 저를 모르는 분들은 없잖아요. 아마 아무 집이나 들어가도 하룻밤을 재워주실 거에요. 그런 고향의 정겨움이야말로 영혼의 치유책이 아닐까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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