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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엄마 베트남 사람인 것 소문낼 것"…차별·혐오에 멍드는 다문화 가정

최종수정 2021.06.11 10:05 기사입력 2021.06.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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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운동부 학생, 동급생 지속적 폭행
폐암 말기 아빠 더 아플까 봐, 학폭 말 못 해
다문화 가정 자녀 8.2% "학폭 경험했다"
전문가 "백인 중심 아닌, 다양한 인종 인식 개선해야"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차별과 편견적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차별과 편견적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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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전남의 한 중학교 운동부 학생이 동급생을 지속적으로 폭행한 일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은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겠다'며 피해 학생이 학교폭력(학폭) 신고를 못 하게 협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향한 차별·편견적 시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다문화 가정의 인식 개선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진도의 한 중학교 2학년인 A군이 동급생 B군과 친구들을 폭행하고 금품을 뺏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럭비부 주장인 A군은 럭비부 숙소 샤워실 등에서 청소기 막대로 B군의 엉덩이를 수차례 때렸고, 2차례에 걸쳐 5만원을 빼앗았다. A군은 B군이 자신의 동생을 훈련에 데려온 날 동생이 보는 앞에서 B군을 3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또 B군의 휴대폰을 빼앗아 한국말이 서툰 B군 엄마의 말투를 친구들 앞에서 흉내 내며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


피해 학생들은 A군의 욕설과 폭행에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군은 신고하면 "엄마가 베트남 사람인 것을 소문내겠다"며 B군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피해 사실은 B군 아버지의 지역 후배가 "B군이 내 친구 아들에게 괴롭힘을 심하게 당하는데 몰랐느냐"고 귀띔하면서 알려졌다.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폐암 투병 중이던 B군 아버지는 학폭 사실을 알게 된 후 지난 1일 경찰과 학교에 폭력 신고를 했다.


B군은 그동안 "A군을 건드리면 A군의 형과 누나 등 집안 식구들이 찾아와 괴롭힌다"는 말을 듣고 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가 알게 되면 병세가 악화할까 봐 피해 사실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교육지원청은 이 학교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으며, 경찰은 B군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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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학생을 향한 혐오·차별성 발언, 심지어 폭력까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은 14만7378명으로 집계됐다. 초등학생이 10만7694명, 중학생이 2만6773명, 고등학생이 1만2478명이었다. 이는 지난 2013년(5만5780명)의 3배 수준인 수치다.


전체 초·중·고교생(535만6000명)에서 다문화 학생이 차자히는 비중은 2.8%로, 역시 2013년(0.9%)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다문화 가정은 2020년 기준 35만3803가구에 이르며, 다문화 출생아 수는 1만7939명으로 전체 출생의 5.9%를 차지한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 주민들은 안정적인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10가구 중 3가구는 차별 받은 경험이 있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4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다문화 청소년 2245명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응답자 2167명 중 612명(28.24%)이 '한국에 살면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냥 참았다'는 응답이 73.52%(450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친구와 상의한 경우' 12.09%(74명), 상대방에게 사과를 요구한 경우' 8.16%(50명)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자녀는 가족이나 친구와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가부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조사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의 8.2%는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3년 전인 2015년(5.0%)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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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다문화수용성지수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의 다문화수용성지수는 100점 만점에 52.81점(2018년 기준)이었다. 이 조사는 3년 주기로 진행하는데, 지난 2012년 첫 평가에서는 51.17점, 2015년 53.95점 등 50점대에 머물고 있다.


여가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우리 국민의 다문화수용성 인식 수준은 상승하고 있으나, 이는 우리 사회 소수집단과의 관계가 아닌 보다 먼 세계 시민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수용성"이라면서 "실제 이주민들과의 직접적 교류를 하는 등 실질적 통합 측면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민에 대한 강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이주민과 직접적인 교류를 수용하는 인식은 낮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는 학교 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옥식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이사장은 "다문화 학생 수가 계속 증가하고,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들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이 강하다. 다문화 가정 자녀가 겪는 학폭은 일반 학생들의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라며 "이번 학폭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고 잘못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인성 교육이 학교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또 이런 교육이 생활화될 수 있도록 언론과 대중 매체 등 범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예능 등 다문화 가정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지만 주로 백인 중심의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 부분도 비중을 균형 있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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