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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으면 마스크 벗는다" 인센티브 주자 접종률 '쑥'…넛지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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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책과 경쟁심리 자극 통해 행동 유도하는 '넛지'
백신 인센티브, 잔여백신 예약 도입 후 접종률 올라
美, 홍콩 등 다른 나라서는 '백신 복권' 나오기도
전문가 "교육 만으로 불충분하면 인센티브 고려 가능"
"인센티브 의존이 앞으로도 유용할 지는 고민 필요"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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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최근 코로나19 잔여백신 당일예약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다. 간혹 백신 잔여량이 발생해도 수초만 지나면 금세 0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한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씨는 "그동안 백신은 맞으면 좋고 안 맞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최근 주변에서 잔여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경쟁이 치열한지라 호기심이 생겨 시도해 보고 있다"며 "솔직히 이렇게까지 백신 접종이 인기가 높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자에 한해 주어지는 인센티브, 잔여백신 예약 시스템 등이 공개되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크게 늘고 있다. 이같은 예방 접종 성공의 비결은 '넛지(nudge)' 효과 덕분이라는 시각이 있다.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인 사회학 용어인 넛지는 시민들을 간접적으로 유인함으로써 특정한 행동을 하게 유도하는 전략을 일컫는 말로, 국내·외에서 백신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데 폭넓게 쓰이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6시 기준 코로나19 1·2차 누적 접종 건수는 1073만8089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이날 하루에만 1차 접종 83만7702건, 2차 접종 1만9767건을 기록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일일 최다 접종 건수를 기록했다.


국내 백신 접종 예약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희귀 혈전증 등 부작용 우려가 불거지면서 감소했으나,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 예약자가 2만명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사전예약률이 회복하면서 지난 4일에는 60~74세 접종 예약률이 80.6%를 기록, 정부 목표치였던 80%를 초과 달성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6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5월 중순만 하더라도 어르신들 예약률이 50%대로 낮아 상당히 우려했었다"면서도 "(현재는) 예상보다 좀 높은 상황이다. 정부와 의료계를 믿고 사전예약과 접종에 참여해주신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잔여백신' 접종 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의료기관의 잔여 백신이 없음을 보여주는 휴대전화 화면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잔여백신' 접종 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의료기관의 잔여 백신이 없음을 보여주는 휴대전화 화면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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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이유는 정부가 접종자에 한해 5인 이상 집합금지,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 일부를 면제해주는 소위 '백신 인센티브' 방안을 공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총 3단계로 나뉘는 인센티브 방침을 공개한 바 있다.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아 남게 된 잔여백신을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대신 접종받을 수 있게 해주는 '잔여백신 예약 시스템' 또한 백신의 인기를 높인 비결이다. 백신을 먼저 접종받은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접종 후기를 공유하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예약을 통해 잔여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만 총 9110명에 달했다.


이와 같이 인센티브, 경쟁심리 자극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두고 '넛지'라고 한다. 넛지는 앞서 지난 2008년 행동경제학 분야의 대가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와 함께 관련 저서를 출간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세일러 교수에 따르면 넛지는 강제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방법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체납고지서에 '주민의 90% 이상이 이미 납부했다'는 문구를 넣어 체납자의 납세율을 끌어올리는 방식 등이 있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넛지는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금전적 보상을 이용한 넛지로, 미국 오하이오주의 경우 백신 접종자만 참여할 수 있는 한화 11억원 규모 '백신 복권'을 통해 예약 접종률을 높였다.


홍콩에서는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1080만홍콩달러(약 15억원)짜리 아파트를 백신 복권 1등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홍콩에서는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1080만홍콩달러(약 15억원)짜리 아파트를 백신 복권 1등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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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는 백신 접종을 격려하기 위해 '아파트 경품'을 내걸기도 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의 부동산 재벌인 사이노 그룹, 차이니스 이스테이츠 홀딩스 등은 백신 복권 1등 경품으로 1080만홍콩달러(약 15억원)짜리 새 아파트를 내놓았다. 이 밖에도 백신 접종자 20명에게 추첨을 통해 10만홍콩달러(약 1400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SCMP는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경품 제공은 홍콩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며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현금, 무료 음식이나 맥주 등 다양한 접종 인센티브가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각종 인센티브를 동원한 넛지를 통해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넛지에만 의존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케빈 볼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지난달 26일 과학 저널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백신에 대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백신을 받는 사람에게 금융 지원을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백신 인센티브가 과연 앞으로도 유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볼프 교수에 따르면 백신 인센티브는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지만,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즉 인센티브 없이도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것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앞으로 백신 접종에 대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볼프 교수는 "만약 (바이러스 변종 등의 출현으로) '부스터 샷'이 필요하다면 현재의 인센티브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예방 접종을 할 때 사람들이 보상을 기대해 인센티브 없이는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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