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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여전한 흑인 문제, 유다의 배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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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이종길의 영화읽기]여전한 흑인 문제, 유다의 배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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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표당은 미국 흑인인권운동가 맬컴 엑스(1925~1965)의 강경투쟁 노선을 추종한 단체다. 경찰의 폭력적 탄압에 맞서기 위해 조직돼 블랙 내셔널리즘과 공산주의를 따랐다. 흑인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힘, 균등한 의료보험제도·고용 기회 등을 강령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총을 들고 대항하는 급진적 성향 탓에 미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의 강력 대응을 유발해 몰락의 길로 치달았다.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메시아는 흑표당의 시카고 지부장 프레드 햄프턴(대니얼 컬루야)이다. 그는 정치라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인민이 단결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무료 급식과 교육 프로그램 제공으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낸다. 영향력이 점차 커져 흑표당 전국 대변인을 맡고 구속·재판·망명 등으로 파괴된 지도부까지 대신하기에 이른다.

샤카 킹 감독은 그 과정을 빌 오닐(키스 스탠필드)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FBI에 매수돼 흑표당 정보를 빼돌리는 유다 같은 존재다. 경찰이 햄프턴을 제거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킹 감독은 그로부터 20년 뒤 제작된 다큐멘터리 ‘아이즈 온 더 프라이즈 2’를 도입과 말미에 배치했다. 오닐은 질문을 받는다. "당신이 그때 한 일에 대해 아들에게 뭐라고 말해주시겠어요?" 답은 영화가 끝난 뒤 실제 오닐의 목소리로 나온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도 투쟁한 사람이었어요. 그게 중요한 사실이에요. (…) 역사가 내 행동을 판단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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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의 덫에 걸려 동료를 팔아먹은 배신자. 그 속사정은 국가의 책임·역할과 별개로 오늘날 흑인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모든 불행을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적 차별 탓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정과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아이들에게 장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키워주는 것은 흑인들 자신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흑인들은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오닐은 그런 이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서인지 자기가 투쟁했다고 자신한다.


사실 당시 대다수 흑인은 전투적인 투쟁에 부정적이었다. 1967년 시사 화보 잡지 ‘라이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흑인의 90% 이상은 흑백 통합적인 운동을 선호했다. 뜨거운 바람은 선거로 증명됐다. 1967년 11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와 인디애나주 게리에서 흑인인 칼 스토크스와 리처드 헤처가 각각 시장으로 당선됐다. 게리는 흑인 유권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도시였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백인 유권자가 62%에 달했다. 스토크스는 회의적인 흑인 유권자를 투표소로 끌어내고 흑인과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 균형도 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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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흑인들은 시 이사회 등에 진출해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가 유력 백인 정치인에게 빌붙어 그들의 존재가치는 흑인들의 표를 가져오는 데 한정돼버렸다. 이들에게 유력한 흑인 시장 후보자의 출마는 오히려 자신들의 기득권에 대한 위협이었다. 스토크스가 클리블랜드 시장으로 출마했을 때 지지를 보낸 흑인 시 이사회 이사는 일곱 명 가운데 한 명뿐이었다.


계속되는 흑인 문제는 미국인 전체의 문제다. 하지만 그 복잡성과 원인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흑인들이다. 언제까지 소수자 우대 정책만 기대할 수는 없다. 설사 소수자 우대가 계속 이어져도 흑인들의 자성과 각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틈만 나면 한국의 교육제도와 학생들의 성취 의욕에 대해 언급했다. 그 이면에 흑인들의 자성과 각성을 둘러싸고 안타까워하는 심정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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