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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유튜브만 믿어!" 인터넷 타고 퍼지는 음모론

최종수정 2021.06.02 05:00 기사입력 2021.06.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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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씨 사망 사고 관련, 친구 A씨 두고 음모론 끊이지 않아
온라인 공간서 음모론 기승…근거없는 억측, 마녀사냥도
2010년 '타진요' 사태, 美 '큐어넌'도 온라인 공간서 확산
전문가 "음모론은 인간 본능…불확실한 현실 설명하는 도구"
"저학력자뿐 아닌 고학력자도 현혹될 수 있어" 경고

지난달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일부 장면 / 사진=S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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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


지난달 29일 방송된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한 시민의 발언이다. 최근 사회적 화두에 오른 고(故) 손정민 씨 사망 사고와 관련,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는 이 시민은 경찰 수사 결과보다는 인터넷 방송인의 말을 신뢰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가짜뉴스,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같은 인터넷 음모론은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데다, 자칫 사건·사고와 관련없는 제삼자를 범죄자로 몰아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는 지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음모론에 현혹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민 씨 실종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에 대한 의혹 제기는 수사 초기부터 지속돼 왔다. SNS, 유튜브 등에서는 근거없는 억측, 음모론이 쏟아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음모론에 현혹된 일부 시민들이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을 방해하거나, 피의자가 아닌 일반 시민을 '마녀사냥'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서울 한강공원에 시민 300여명이 모여 사고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A씨를 수사하라", "증거를 조작하지 말라" 등 사실상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서초경찰서로 가자"며 행진 대열에서 이탈하는가 하면,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카카오지도'에 올라온 서울 한 병원 리뷰 페이지에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이 게재돼 있다.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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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고위공직자의 조카라는 소문이 온라인 상에서 퍼지는가 하면, A씨 가족이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병원에 '별점테러'가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카카오 지도에 등록된 서울 한 병원 리뷰 페이지에는 최하점인 별점 1점과 함께 "살인범 애비가 다니는 병원. 절대 가지 마시오",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 "악마 같은 놈. 당신 가족과 경찰 모두 공범이고 살인범" 등 폭언·욕설이 올라왔다.


근거없는 소문도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사실상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이 음모론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0년에는 가수 타블로에게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타진요)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들 타진요는 타블로의 학력이 제대로 밝혀진 이후에도 이를 믿지 않으며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타블로와 타진요간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6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 진입해 전 세계 언론에 널리 소개된 이른바 '큐어넌 무당' 제이콥 앤서니 챈슬리가 난입한 동료들과 함께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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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음모론 확산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최근 미국도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으로 인해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소아성애자들이 은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미국 정·재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하자 SNS를 통해 부정선거설을 퍼뜨리기도 했다.


지난 1월6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연방의회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난입, 폭력사태를 벌인 당시에도 일부 지지자가 큐어넌 신봉자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그렇다면 왜 일부 시민들은 이같은 황당무계한 음모론에 빠지는 걸까.


정민 씨 사망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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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음모론 신봉이 인간의 본능과 직결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지능이 낮거나 어수룩한 사람이 음모론을 믿는 게 아니라, 누구나 음모론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음모론 연구의 석학인 얀-빌헬름 반 프로이엔 암스테르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미 매체 '복스(VOX)'에 "음모론은 가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의 여러 일들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라며 "자연 재해, 대규모 실직, 테러리즘 등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곤 한다"라고 설명했다.


프로이엔 교수에 따르면, 음모론은 고대에서 이어져 온 사람의 자기방어 본능이다. 언제나 적대적인 환경에서 생존해야 했던 고대인은 자신과 타인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방식으로 사고했는데, 이 때문에 인간은 현대에도 어떤 강력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 몰래 사악한 행동을 벌인다는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프로이엔 교수는 "음모론은 사회적으로 불확실한 일이 벌어질 때, 갑자기 사회가 급변할 때 더욱 빨리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음모론은 덜 교육받은 사람이 더 쉽게 빠져들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고학력자들이 음모론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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