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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부처님 오신날에 먹는 가정식 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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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부처님 오신날에 먹는 가정식 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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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끝자락에 사찰음식을 배우러 다녔다. 요리하는 주변 친구들이 외국 요리를 배우러 유학을 떠날 때 내가 할수 있는 건 한식을 열심히 배우는 것이었고 우연한 기회에 절에서 사찰음식을 배우게 되었다. 학교 선생님들께 배우고, 친정어머니, 시어머니께 배운 한식 요리와는 달리 사찰음식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사찰음식은 맛을 찾는 의미보다는 수행자의 수행에 도움을 주는 수행식이었다. 육류, 해산물 등의 살생이 필요한 동물성 식품과 역동적 에너지를 가진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양파)를 사용하지 않는 채식 위주의 요리법이 사찰음식이다.


오랜 역사속에 불교는 숭불 정책과 배불 정책을 거치면서 다양하게 자 리잡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특히 숭불 정책의 고려 시대에는 왕족, 귀족들과 교류를 통해 음식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가 남게 되었다.

채식과 곡물 위주의 식재료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은 두부요리, 콩요리로 발달되었고 부족한 지방은 식물성 기름이 대신하였으며 부각, 튀각 같은 튀김요리법이 다양해졌다.


많은 대중이 있는 사찰에서는 된장, 간장을 비롯한 장문화, 장아찌 등의 저장 음식이 필수적이었다.


재피, 산초, 생강, 고수, 방아 등은 채식에서 단조로울 수 있는 요리법에 변화를 주는 향신료가 되기도 하였고 채식으로 부족하기 쉬운 영양 밸런스를 맞추어 주기도 하였다.

발우 공양법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의 출발이자 평등 사상이 기본이 된다.


소식(蔬食)을 소식(小食) 하는 것이 사찰음식의 기본 식사법으로 제때에 채소식을 적게 먹는 것이 수행을 위한 가장 건강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오후 불식(不食), 아침, 점심을 먹고 저녁은 먹지 않는 수행자들도 많다.


김치에는 젓갈이나 파, 마늘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간을 세게 하지 않고 심심하게 만들어지게 되고 나물이나 다른 음식에도 간을 세게 하면 오히려 재료의 맛도 느껴지지 않아 맛이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저염식이 되고 재료들이 갖는 고유의 맛을 음미하게 된다.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재료의 맛을 살리다 보니 만들어진 요리법인 것이다.


21세기 사찰음식은 화려한 채소 요리로 오해를 받거나 단순한 다이어트 음식으로 여겨질 때가 있어 아쉬움이 있다. 음식은 미각에 충실한 대상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대상이라는 것이 사찰음식의 시작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집에서 가장 쉽게 실천해 보는 사찰음식은 밥에 냉장고 속 채소 반찬 몇가지 넣고 들기름 한 숟가락 넣어 비벼서 남김없이 비우고 똑같이 나누어 먹는 평등 사상을 실천해 본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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