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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시장 개방 앞둔 중국의 '읍참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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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마속은 기산 전투에서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다른 전술을 펴다 대패했다.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으며 마속을 참수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중국 시장감독총국이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에 2019년도 국내 매출의 4%인 182억2800만 위안(한화 3조11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시장감독총국은 알리바바가 2015년부터 시장 참여자들에게 ‘둘 중 하나 선택(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등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고 설명했다.

[특파원 칼럼] 시장 개방 앞둔 중국의 '읍참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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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소위 잘나가는 알리바바에 대해 왜 ‘채찍질을 가했는가’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반독점법을 도입한 바 있다. 그동안 알리바바 등 중국 전자 상거래 플랫폼의 악행(?)을 몰랐을 리 없다. 플랫폼 기업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시점은 지난해 11월3일이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 상장이 돌연 연기됐다. 340억 달러(한화 38조40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조달자금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후 10월24일 상하이에서 열렸던 와이탄 금융 서밋에서의 마윈 연설 내용이 알려졌다. 마윈이 왕치산 국가 부주석 등 국가급 지도자 앞에서 중국 은행들이 전당포식 영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연설내용이 알려지면서 ‘괘씸죄’, ‘미운털’ 등이 상장 중단 배경으로 거론됐다.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마윈이 진짜 괘씸죄에 걸렸다면 굳이 복잡하게 일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 중국은 공산당이 운영하는 국가다. 중국 지도부는 마윈을 통해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에 금융 등 중국 시장을 개방하기로 약속했다. 중국 지도부는 시장 개방에 앞서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했다. 지난 1월 공개된 ‘비은행지불기구 규정’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및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한 개 법인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두 개 법인의 점유율이 합쳐서 66.6%를 넘어갈 경우 반독점 조사 대상이 된다. 세 개 법인의 점유율이 75%를 넘을 경우도 조사 대상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앤트그룹이 운영중인 알리페이의 시장점유율은 55.4%에 달한다. 위챗 페이의 점유율은 38.5%다.


앞으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어떤 글로벌 기업도 이들의 벽을 넘을 수 없다. 공정 경쟁이 가능한 시장이지만 ‘넘사벽’이 존재하는 시장을 구축한 셈이다.

[사진=알리질라 캡처]

[사진=알리질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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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명이 넘는 중국 개개인의 정보를 민간기업이 지배하는 것도 중국 지도부 입장에선 탐탐치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틀리지 않다. 중국 지도부는 반독점법을 통해 10억 명의 중국 개인 정보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권익 보호에 따른 중국 지도층의 지도력은 덤이다.


알리바바에 부과된 과징금 우리돈 3조1124억원은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하지만 2019년 알리바바의 이익 1403억 위안을 감안하면 큰 금액도 아니다. 시장 지위를 남용한 사업자에게는 전년도 매출의 1%에서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10%가 아닌 4%의 과징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는 가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2015년 미국 퀄컴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중국 내 매출액의 8%였다.


알리바바에 대한 이번 조치로 중국 전자 상거래 플랫폼 독점 문제가 사실상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점유율 1위인 알리바바가 당국에 ‘복종’키로 한 만큼 텐센트, 징동, 메이투안 등 다른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당국의 정책을 순종할 수밖에 없다. 중국 일각에서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조치에 대해 ‘음참마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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