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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목 조르고 조롱해도 "어려서 처벌 못한다"…시민들 '분통'

최종수정 2021.01.25 13:39 기사입력 2021.01.2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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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서 노인 상대 욕설·폭행 논란
가해자는 13세 청소년…촉법소년이라 처벌 어려워
전문가 "교육적 선도 내실화 우선"

경기도 의정부경전철에서 중학생들이 70대 노인의 목을 잡고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사진=유튜브 캡쳐

경기도 의정부경전철에서 중학생들이 70대 노인의 목을 잡고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사진=유튜브 캡쳐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지난 22일 경기 의정부경전철과 지하철 1호선 등에서 중학생들이 노인을 폭행하는 일이 일어났지만 가해 학생들은 모두 촉법소년에 해당, 사실상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가해 청소년들은 노인을 상대로 조롱하고 욕설에 폭력까지 행사하며 심지어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의정부 경찰서는 영상 속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의정부 지역 중학교에 재학 중인 A(13) 군과 B(13) 군을 불러 폭행 혐의로 조사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영상은 가해 학생들이 직접 촬영해 올렸으며, 촬영 일시는 며칠 전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경찰은 영상 속 폭행을 당한 피해자인 70대 여성 노인 C 씨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쳤으며, C 씨는 조사에서 학생들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해당 사건 정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의정부경전철 내부에서 가해 학생들이 C 씨의 목을 졸라 바닥으로 넘어뜨리고, 심한 욕설을 하는 등의 모습이 담겨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지하철 노약자석에 가해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앉아 있던 중 한 노인이 이를 지적하자 그대로 노인의 어깨를 밀치고 위협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가해 학생들은 노인에게 "노인네. 고의성 아니었다고. 왜 우리한테 민폐야 XXX야", "술 먹었으면 그냥 집에 가서 쳐 자라" 등 막말과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은 촉법소년에 해당돼 처벌은 어렵다.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소년으로,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경찰은 해당 사건의 가해 학생들에 대해서 형사 입건하지 않고, 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이 렌터카를 타고 도주하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을 쳐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지난해 4월 가해자들을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청소년이 렌터카를 타고 도주하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을 쳐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지난해 4월 가해자들을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선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년법을 폐지해 형사처벌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저런 행동을 하는 애들이 무슨 소년인가", "처벌수위가 높아지고 강해져야 이런 범죄가 줄어들 것 아닌가", "어리다고 처벌 안 하는 건 지금 같은 세상에 뒤떨어진 법"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사건의 가해 학생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취지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소년부 접수 기준) 범죄 건수는 지난 2014년 7236건, 2015년 7045건, 2016년 7030건, 2017년 7897건, 2018년 9051건, 2019년(11월 기준) 910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에는 청소년이 렌터카를 타고 도주하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을 쳐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년법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게 일어난 바 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은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촉법소년 형사 처벌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가 소년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지적했고,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 인하가 범죄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외의 사례를 찾을 수도 없었다"라며 "처벌의 강화라는 형사사법적 측면 외에도 범죄 소년을 올바르게 교육시켜 다시 사회로 복귀시켜야 하는 사회복지 및 교육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도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 처벌보단 교육적 선도의 내실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완성된 인격을 갖추지 않았다. 또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라며 "처벌을 받는다고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들의 행동이 개선되진 않는다. 그들의 가정환경과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촉법소년을 폐지하라는 것은 결국 아이들을 교도소에 보내라는 얘기인데, 그렇게 되면 학업을 중단하게 될 것이고 성인 범죄자들과 생활하는 교도소 안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소년법은 교육과 선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취지이고 이 법의 취지를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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