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묻힐 뻔한 '부친 살인 사건'…끈질긴 아들은 17년 만에 살해범 잡아냈다

최종수정 2020.09.29 19:07 기사입력 2020.09.29 19:07

댓글쓰기

아버지의 살인범을 17년간 추적한 샹밍치엔. 사진=트위터.

아버지의 살인범을 17년간 추적한 샹밍치엔. 사진=트위터.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유년시절 살인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17년 동안 끈질긴 추적으로 결국 범인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는 아버지 살해범을 집요하게 추적한 남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야기는 아이들끼리의 사소한 싸움으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2000년 8월 중국 윈난성에서 당시 9살이던 샹밍치엔은 이웃에 사는 아이 장쥔(가명)과 함께 도로변 웅덩이에서 장난을 치며 놀았다.


그러다 장쥔이 장난삼아 웅덩이에 던진 돌이 물보라를 일으켜 샹밍치엔을 젖게 만들었다. 화가 난 샹밍치엔은 큰 돌을 장쥔에게 던졌고 둘은 몸싸움을 시작했다. 아이 싸움에 양측의 가족이 뛰어들면서 큰 싸움으로 번졌다.


그날 밤 장쥔의 아버지를 포함한 여러 명의 일행이 샹밍치엔의 가족을 위협했다.

장쥔의 삼촌 장모우치가 칼로 샹밍치엔의 아버지 샹원즈를 내리쳤고, 샹원즈는 목·심장·배 등 18군데를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지고 만다.

샹밍치엔의 아버지. 사진=유튜브 캡처.

샹밍치엔의 아버지. 사진=유튜브 캡처.



샹밍치엔의 가족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관이 나타난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샹밍치엔의 아버지를 찌른 장모우치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경찰은 형식적인 조사를 마친 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장례비로 1000위안(약 17만원)을 건넸다. 경찰은 미해결 사건으로 수사를 끝마쳤다.


이후 아버지를 잃은 샹밍치엔의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과일을 팔았고,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샹밍치엔은 학교를 그만두고 거리에서 국수를 팔며 어머니를 도왔다.


샹밍치엔은 범인을 잡겠다는 생각만으로 버텼다.


아버지의 살인범을 17년간 추적한 샹밍치엔. 사진=중국 PPT 신문.

아버지의 살인범을 17년간 추적한 샹밍치엔. 사진=중국 PPT 신문.



샹밍치엔은 2007년 윈난 성 쿤밍 시의 철도역에서, 2013년에는 푸젠 성에서 장모우치를 봤다는 정보를 얻고 그곳을 찾아갔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샹밍치엔은 장모우치가 푸젠 성의 한 식기공장에서 일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샹밍치엔은 공장 옆에서 3일을 잠복한 끝에 결국 장모우치를 발견했다. 공안은 그를 경찰차에 태워 데려갔고, 중국망은 "샹밍치엔은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에 입고 있던 옷가지 등을 증거물로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이 일어난 지 17년 만에 범인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9살 소년 샹밍치엔은 그 사이 26세가 됐다. 샹밍치엔이 17년간 범인을 잡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추적하느라 쓴 돈은 8만 위안(1371만원)이었다.

샹밍치엔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당시 입었던 옷. 사진=트위터.

샹밍치엔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당시 입었던 옷. 사진=트위터.



샹밍치엔이 범인들을 붙잡은 지 1년만 인 2018년 10월, 범인에게 종신형이 내려졌다. 윈난성 자오통시 중급 인민 법원은 증거와 자백 등으로 미루어봤을 때 장모우치가 샹원즈를 살해한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샹밍치엔은 2년 전 주범에 대한 종신형이 선고된 이후에도 만족하지 않고 공범을 찾고 있다. 샹밍치엔은 "수사당국이 과거 부실수사를 인정하지 않고 장의 검거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다"면서 관련 증거가 인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년 시절에 아버지를 잃고 샹밍치엔의 인생은 완전히 뒤집혔다. 그는 17년 동안 아버지를 위해 용감하게 견뎌냈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재는 그에게 힘든 시간을 주기도 했다. 못 견디겠던, 혼란스럽던 인생의 한 순간 그는 한때 싸움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샹은 "살아 있는 건, 추악한 일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봉주 인턴기자 patriotbo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