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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사이드]빈민가 입양아 출신서 억만장자로…틱톡 딜의 숨은 주역

최종수정 2020.09.20 09:47 기사입력 2020.09.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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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업주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업주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미국에서 퇴출위기에 처했던 중국의 동영상 공유 사회관계망 서비스 틱톡이 마침내 오라클과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틱톡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기술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중국과 국가안보를 이유로 데이터 정보를 중국에 넘기지 않으려는 미국 간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던 이번 협상의 중심에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이 있다.


이번 매각협상에서 오라클은 후발주자였다. 가장 먼저 인수의사를 내비친건 마이크로소프트(MS)다. 오라클이 뒤늦게 뛰어든데다, 자금 등 여러 면에서 시장에서는 MS가 틱톡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오라클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데는 앨리슨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작용했다.

앨리슨 회장은 미 실리콘 밸리에서는 '승부사'로 통한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어제의 동지를 적으로 돌리는 상황도 마다치 않는다. 공개적으로 경쟁사를 저격하는 것은 물론 승부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 MS와의 정면승부도 마찬가지다. 오라클은 불과 1년전 클라우드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MS와의 협력확대를 발표했으나, 틱톡 인수를 둘러싸고는 즉시 적으로 돌아섰다. 승부사다운 앨리슨 회장의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의 승부사적 기질은 그가 자라온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1944년 뉴욕 브롱크스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9개월 만에 생모로부터 버림받는다. 독실한 유대교 신자 부부가 그를 입양해 성심성의껏 그를 키웠지만, 대학 2학년 때 양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는 방황하기 시작한다. 대학을 두 번이나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아 떠난 캘리포니아에서 그는 오늘날 오라클의 초석을 닦게 된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앰팩스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데이터베이스 구축 업무를 맡게됐는데,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바로 '오라클'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컴퓨터가 보급된 후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흩어져있는 것을 보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회사 창업 아이디어를 얻게된다. 그는 앰펙스에서 만난 동료 둘과 함께 초기 자금 2000만원으로 오라클을 세워 현재 시가총액 1796억7800만달러(약 209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오라클이란 거대 기업을 일군 앨리슨 회장은 그동안 끊임없이 이기기 위해 승부수를 던져왔다. MS, 구글, HP 등 굵직한 기업들과의 소송도 불사하는가하면 최근에는 미 국방부의 클라우드 사업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미 국방부의 사업은 당초 아마존과 MS 등 클라우드사업에서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 중 하나가 낙찰될 것으로 승부가 뻔히 보이는 프로젝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라클은 입찰에 참여해 불복 소송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줌 비디오와의 계약을 따내 자사의 클라우드 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틱톡 인수전 역시 앨리슨 회장이 이기기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이다. 오라클의 핵심 경쟁력은 데이터베이스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약 69%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앨리슨 회장은 클라우드컴퓨팅을 오라클의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고자 하는 야심을 갖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의 높은 성장세는 물론, 데이터를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선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점유율 1위 아마존(41%)이 시장을 확장하며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점도 앨리슨 회장이 클라우드 사업을 적극 공략하는 이유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2%대로 순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오라클은 한계가 분명하다. 그동안 기업만 상대로 해와 클라우드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아마존, MS, 구글 등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앨리슨 회장에겐 '틱톡'이 더욱 절실했다. 틱톡이라는 소비재사업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클라우드시장에서 성장세를 구가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또한 바이트댄스에서 틱톡의 미국 사업을 분리시 이용자들이 생성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라도 오라클은 틱톡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틱톡을 오라클 클라우드의 주요 고객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오라클이 틱톡 이용자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기존 데이터 및 광고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경쟁사에 비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인지도가 약한 오라클이 틱톡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앨리슨 회장은 친(親) 트럼프계 인사로도 유명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실리콘밸리에서 몇 안되는 트럼프 지지자다. 그는 올해 초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원을 위한 모금 행사를 개최하는가 하면, 4월에는 경제 회생을 위한 백악관 자문단에도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를 제치고 오라클이 틱톡 매각 협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점에 대해 앨리슨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친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의 팬이라고 밝히며 "그는 오랫동안 훌륭한 사람었으며 매우 존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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