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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피해 입은 구례군 5일장, 그야말로 ‘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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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가 몸에 밸 정도…물에 젖어 쓸 수 있는 것 하나도 없어

자원봉사자들, 미안한 마음 들었는지 누구도 힘든 내색 안해

문재인 대통령·이낙연 의원 현장서 두 손 잡아주며 상인 격려

12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5일 시장에서 한 여학생이 침수 당한 물건을 닦고 있다.

12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5일 시장에서 한 여학생이 침수 당한 물건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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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성슬기 기자]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디 앞으로 어찌해야 할랑가 모르것소”


12일 오전 9시 30분께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5일 시장.

이곳은 지난 7일과 8일 시간당 최고 45.2㎜의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었다.


수일이 지났음에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물건은 찾아볼 수도 없었고 생선과 이곳을 뒤덮은 쓰레기들로 인해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것 같은 악취가 진동했다.

이곳에서 반백 년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구례수산’을 운영했다는 남공순(74·여)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남씨의 기억은 이랬다. 지난 8일 오전 9시께, 남씨를 비롯한 이곳의 상인들은 장날에 맞춰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였다고 한다.


상인회에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했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물이 허리까지 들어차면서 장날에 맞춰 냉동고에 가득 채워 놓은 생선이 모조리 쓸모없는 쓰레기가 됐다는 것이다.


남씨는 “이곳으로 시집와 5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지만 이토록 처참한 광경은 처음”이라며 “폭우가 지나간 다음 날부터 이날까지 계속해서 물건을 치우고 쓸 만한 것들을 추려보지만 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씨는 주름진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두 아들과 며느리, 딸들과 함께 주변으로 밀려온 쓰레기들을 치우고 가게 바닥의 흙을 물과 빗자루로 긁어냈다.


시장 곳곳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된 흔적이 역력했다. 상가 곳곳에는 천장까지 물에 젖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고, 가게 안에서 끄집어낸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이날 피해를 복구하는 현장에는 상인들을 비롯해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만난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김안순(59)씨는 전남 함평군에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김씨는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에서 80여 명 정도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함평군에서는 총 8명이 이곳으로 와서 일을 돕고 있다”며 “함평에서도 피해 복구현장에서 일을 돕다가 구례는 피해가 더 심한 것 같아 오게 됐다”고 말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김씨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물에 잠겨 흙투성이가 된 물건들을 닦아내며 땀을 흘렸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그 누구도 힘든 내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5일 시장을 찾아 손을 잡아주며 상인을 위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5일 시장을 찾아 손을 잡아주며 상인을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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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1시 30분께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의원도 이곳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격려했다.


이낙연 의원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복구지원금 지급기준이 아주 옛날에 측정된 것이라서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의 기준보다는 조금 더 도움을 드릴 수 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워낙 피해규모가 커서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또 다른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단 복구지원금이 지급이 될 것이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될 것을 약속한다. 며칠 안 걸릴 것이다”며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마음을 모으고 있으니 이재민들도 용기를 잃지 마시고 이겨내기를 바란다. 중앙정부에서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돕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례군에 따르면 피해규모는 현재까지 집계된 것만 가옥침수 1200여 채다. 이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피해금액은 지난 11일 기준 1280억 원에 달한다.




호남취재본부 성슬기 기자 ssg599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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