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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고래사진관 - '고래'가 필름사진 맛집

최종수정 2020.07.09 14:48 기사입력 2020.07.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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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 진로' 패러디한 간판부터 눈길 확
헛걸음 손님 없게 문 앞엔 무인 필름 접수함
동네 사랑방처럼 편안하게 음식 나눠 먹어
최고 인기 요인은 '셀프 스캔' 가능한 점
내 사진 누가 볼까 염려하지 않아도 돼
필름 카메라 대여·플리마켓 등 이벤트도

필름 현상소 '고래사진관'의 내부 모습. 작업실같은 편안한 느낌을 줘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필름 현상소 '고래사진관'의 내부 모습. 작업실같은 편안한 느낌을 줘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기억 저편에 흩어져 있던 추억들을 한데 모아 자신만의 색을 칠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충무로와 을지로 사이에 위치한 필름 현상소 '고래사진관' 얘기다.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6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어들어가면 '하이트 진로'를 패러디한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두꺼비 대신 고래가 그려진 간판에는 '필름의 원조' '사진 현상엔 고래' '입구 계단 끝 3층' '高來(고래)' '3층이라 높지만 올라오셔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고래가 그려진 가파른 계단을 올라 3층에 다다르면 알싸한 현상액 냄새를 진하게 맡을 수 있다. 문 앞에는 코닥 필름 상자로 꾸며진 무인 필름 접수함이 놓여 있다. 마감 시간이나 휴무일을 확인하지 못하고 찾아온 손님들을 위한 배려다.


'필름 바닷속을 헤엄치는 고래'라는 의미가 담긴 만큼 입구 바로 옆 매대에는 각양각색의 필름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코닥, 후지, 포마팬, 티맥스 등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필름부터 영화용 필름까지 다양한 제품이 눈길을 끈다.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찾는 손님들을 위한 빈티지 코너도 있다. 일회용 카메라, 방수 카메라, 카메라 모양의 배지, 사진집, 스트랩 등 카메라 관련 소품도 눈에 띈다.

구 바로 옆 매대를 빼곡히 채운 필름들. 코닥, 후지 등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필름부터 영화용 필름까지 다양하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구 바로 옆 매대를 빼곡히 채운 필름들. 코닥, 후지 등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필름부터 영화용 필름까지 다양하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윤푸빗 실장은 이 공간을 '필름 작업실 겸 커뮤니티(Film lab & Community)'라고 소개했다. '사람들의 콘텐츠를 가치 있게,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라는 모토로 세운 '문화놀이터'인 만큼 다양한 사람이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을지로와 충무로 그 어드메에 자리하게 된 이유도 이 모토와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근처에 카메라를 판매하는 곳도 많고 수리점도 가까워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쉽게 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공간이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정자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래'에서는 직원들이 아이스크림 등 다과를 준비해 손님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때로는 손님이 디저트를 가져와 직원과 손님이 다 함께 나눠 먹기도 한다. 윤 실장은 "많은 사람이 여름이든 겨울이든 날씨에 아랑곳 않고 사진을 찍는다"며 "그렇게 사진을 찍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 다소 시간이 걸리는 사진 스캔이나 보정 작업 등을 편안하게 진행하도록 해보자는 뜻에서 음식을 나눠 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옆에 사람이 있으면 음식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나"라면서 "옥상에서 다 같이 고기 파티를 하고 싶어 상추, 고추, 오이도 심었다"고 덧붙였다.

스캔을 마친 필름을 잘라 파일에 넣어 손쉽게 보관할 수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스캔을 마친 필름을 잘라 파일에 넣어 손쉽게 보관할 수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고래'의 인기 요인은 단연 '셀프 스캔'이다. 필름을 맡긴 뒤 온라인으로 스캔본을 받아보는 일반 현상소와 달리 스스로 취향껏 색감을 조정할 수 있어서다. 필름을 맡길 때 이름ㆍ닉네임, 연락처를 적은 뒤 노리츠, 후지, 코닥 중 스캐너 종류를 고르면 된다. 윤 실장은 "직접 스캔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알 수 있고 자신이 하는 작업에 대해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셀프 스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사진이 공개될 일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곳을 찾은 한 방문객은 "인화를 마친 필름을 받으면 이후 스캔 작업은 개인이 할 수 있어 내 사진을 누가 볼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내가 찍은 사진의 스캔 파일이 사진관 컴퓨터 어딘가에 남아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독특한 디자인의 일회용 카메라도 판매하고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독특한 디자인의 일회용 카메라도 판매하고 있다./사진=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고래'는 저렴한 가격에 필름카메라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플리마켓' '작가 지원 프로그램'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필름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다. 윤 실장은 "체험해보고 필름의 매력에 빠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라면서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이 나중에 '사진집을 발간했다'라며 찾아오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럴 때 되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편안하게 와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작업실 같은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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