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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데뷔 무대 앞둔 에스메 콰르텟, 그 유쾌함

최종수정 2020.06.04 14:21 기사입력 2020.06.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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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英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우승 세계가 주목하는 콰르텟
오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4곡 연주 "밝고 희망찬 곡으로 프로그램 변경"
"한국에서 실내악 인기 많아졌으면…후배들에게 에스메 콰르텟 물려주고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30세 전후 여성들은 원래 이렇게 쾌활한가. 한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했는데…. 이들은 "무슨 소리! 서른, 잔치는 이제 시작인데!"라며 항변이라도 하는 듯했다.


현악 4중주단 '에스메 콰르텟'. 리더 배원희(33·제1바이올린)를 중심으로 하유나(29·제2바이올린), 김지원(28·비올라), 허예은(28·첼로)이 뭉쳐 2016년 10월 결성됐다. 배원희가 한국 나이로 서른이었다. 에스메 콰르텟은 결성 1년 6개월만인 2018년 4월 세계 최고 권위의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이들이 오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국내 데뷔 연주회에 나선다. 진짜 잔치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하유나가 올해 서른, 김지원과 허예은은 내년 서른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에스메 콰르텟과의 그 어느 인터뷰보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에스메 콰르텟은 이날 오전 8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 모여 종일 녹음하고 촬영했다. 인터뷰는 오후 5시30분에 시작됐다. 지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배원희가 인터뷰 중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콰르텟을 언급했다. "벨체아, 하겐, 카잘스 등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그러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씩 웃으며 "저희 다음으로…"라고 농을 쳤다. 풍선 든 소녀들처럼 넷 모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천진난만한 웃음이 현을 타고 9일 롯데콘서트홀 객석에 전해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이보다 힘을 주는 연주회가 있을까.

왼쪽부터 배원희, 허예은, 김지원, 하유나  [사진= 크레디아 제공]

왼쪽부터 배원희, 허예은, 김지원, 하유나 [사진= 크레디아 제공]


롯데콘서트홀은 에스메 콰르텟이 롯데문화재단의 엘 콘서트에 참여해 하이든, 그리그, 멘델스존의 음악을 들려준 장소다. 에스메 콰르텟은 그 외에도 작은 하우스 콘서트를 몇 차례 선보였다. 오는 9일 무대가 한국에서 첫 무대는 아닌 셈. 그럼에도 데뷔 연주회라고 이름을 붙였다. 하유나는 "저희가 하고 싶은 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들려주는 것은 처음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그런만큼 선곡에 신경을 썼다.

에스메 콰르텟은 네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14번, 진은숙 현악사중주 '파라메타스트링', 다니엘 갈리츠키 '런던데리의 노래',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다. 애초 슈만의 현악사중주 1번을 준비했으나 모차르트 14번으로 바꿨다.


배원희는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가 어둡고 무거운 곡이다. 슈만의 곡도 특유의 우울함이 섞여 있다. 코로나19로 분위기가 어두운 상황에서 슈만과 슈베르트를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좀더 밝고 희망찬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유나는 "모차르트 14번의 부제가 봄"이라며 "잃어버린 봄을 찾아드리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파라메타스트링'은 올해 3월 발매한 데뷔 앨범에 포함된 곡이다. 1996년 초연됐지만 곡을 녹음해 음반에 담은 것은 에스메 콰르텟이 처음이다. 그만큼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 곡인데 배원희가 우연히 라디오에서 실험적이고 멋있다고 생각하며 들은 곡이 나중에 알고 보니 '파라메타스트링'이었다고.


에스메 콰르텟은 독일 베를린에 살고 있는 진은숙씨를 찾아가 조언도 구하며 곡을 녹음했다.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번 데뷔 무대에서도 연주할 예정이다.


아일랜드 민요 '런던데리의 노래'는 연주 프로그램에 최근 포함시켰다. 작곡가 다니엘 갈리츠키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다. 그는 친구인 에스메 콰르텟의 데뷔 무대를 위해 특별히 편곡해 헌정했다. 배원희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김지원, 배원희, 허예은, 하유나  [사진= 크레디아 제공]

왼쪽부터 김지원, 배원희, 허예은, 하유나 [사진= 크레디아 제공]


에스메 콰르텟은 롯데문화재단이 올해 8월 처음 선보이는 클래식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활동이 느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듯하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역에서 한 노부부가 "너희들 에스메 콰르텟 아니니?"라고 물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1년에 10개월 정도 유럽에서 바쁜 연주 일정을 소화한다. 이미 2022년 연주 일정이 잡히고 있다. 지금도 1주에 두 개 정도 연주 제안 메일을 받는다.


허예은은 "한국에서도 정기적으로 연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허예은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콰르텟이 듣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콰르텟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안 듣고 안 듣다 보니 생소하니까 어렵고, 그래서 거리가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그 간극을 우리가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만의 해석이 잘 드러나는 곡을 연주했을 때 관객들이 많이 이해해준다고 느껴기 때문에 열심히 하다 보면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희를 통해 실내악의 인기가 좀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배원희는 실내악의 인기가 높아져 에스메 콰르텟이 후배들에게 계속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유럽에서는 실내악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잘 마련돼 있다. 대학에서 콰르텟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경제적인 지원 제도도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독일에서 쉽게 콰르텟을 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늘어 실내악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저희가 에스메 콰르텟을 평생 할 수도 없는만큼 정말 훌륭한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콰르텟이 됐으면 좋겠다. 에스메 콰르텟이라는 이름이 계속 남을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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