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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천사'된 美셰일기업…일주일새 14곳 투자 부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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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업체 5년간 갚아야할 부채 규모 860억달러

사우디-러시아 치킨게임에 유가 63달러→22달러

초저유가 닥치자 에너지산업 휘청-美경제 흔들

대형銀도 대출 물려 에너지기업발 금융위기 우려

'추락천사'된 美셰일기업…일주일새 14곳 투자 부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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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지난 1일 미국 화이팅페트롤리움이 북미 셰일업계 최초로 파산보호 신청한 이후 셰일기업들이 모조리 '추락 천사(Fallen Angels)'로 전락했다. 추락 천사는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신용이 강등된 사례를 일컫는다.


13일(현지시간)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제공하는 기업 신용등급 추이에 따르면 이달 초(6일~10일) 셰일업체 14곳의 등급이 하향조정했는데, 모두 투자 부적격의 '정크등급(BB+)'이하로 추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말 2016년 이후 미 에너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중 정크등급 비중이 50%를 초과한다고 보도했는데, 그 이후 업계의 신용사정은 더욱 나빠진 것이다.

S&P는 최근 '경기침체로 신용등급 BBB의 '추락천사'가 늘어날 준비가 돼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추락천사'로 분류된 기업 가운데 24%가 에너지기업이라고 분류했다. BBB 등급대 회사채 가운데 약 46%는 정크 직전인 'BBB-'였다. 비교적 높은 단계인 'BBB+'는 15%에 불과했다.특히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셰일업체가 갚아야 할 부채규모는 860억달러(약 10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셰일가스를 포함한 원유개발업체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부채가 440억달러(약 53조원)로 가장 많았다. 이들 회사채가 대거 정크단계로 추락할 경우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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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유가에 한달도 못버텨= 미 셰일업계는 지난 5년간 비교적 높은 생산원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해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 유지한 덕분에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셰일가스 매장량이 많은 미국은 이 덕분에 70년만에 지난해부터 원유 순수출국 지위를 얻게 됐다. 또 러시아, 사우디와 함께 세계 3대 산유국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승승장구는 오히려 다른 산유국의 질시를 받았다.


단적인 예가 지난 2~3월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불발이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선에서 유지되도록 감산을 추진해왔는데, 미국 셰일업계가 그 틈을 비집고 점유율을 늘리자 눈엣가시가 된 것이다.

결국 지난 2월말 러시아가 감산 동맹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며 사우디와 러시아간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국제유가는 WTI 기준 올해 초 배럴당 63달러에서 22달러까지 곤두박질 치면서 '초저유가 시대'를 맞게 됐다.


저유가는 에너지 수요가 많은 미국에 유리하다. 하지만 셰일업체에는 직격탄이 된다. 셰일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최소 30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와 사우디간 치킨게임으로 타격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한달도 안됐다. 최근 역대급 감산을 추진하기로 산유국들이 합의했지만 셰일기업들이 신용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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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위상에 미 경제도 '흔들' = 셰일기업의 연쇄도산은 예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셰일은 모래속에서 원유를 뽑아내야 하는 만큼 넓고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일반 유전과 달리 생산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고질적인 약점인 시추비용을 낮추기 위해 각 기업들은 2010년 이후 불어닥친 셰일붐 속에서 자금을 끌어모아 기술 투자를 확대했다. 생산효율 높이기에 경쟁을 벌인 것이다. 이는 결국 회사채 시장의 리스크를 높이는 결과로 돌아왔다.


셰일업계의 성장은 미국 경제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셰일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핵심산업으로 자리잡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기업우대 정책이 셰일업계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0%를 기록했다.


셰일기업의 위기는 월가의 공포로 이어진다. CNBC에 따르면 월가 대형 은행들은 자본금의 7~15% 가량을 에너지 기업에 대출했다. 셰일 원산지인 오클라호마주의 BOK파이낸셜은 자본금의 100% 이상, 전체 대출의 18% 가량을 에너지 분야에 대출해 주고 있어 위험이 더 큰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밖에 미 중소형 은행 10여곳 이상도 자본금의 25% 이상을 에너지 섹터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미 셰일기업 파산수는 2017년 24곳에서, 2018년 28곳, 지난해 42곳으로 늘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파산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추락천사들이 늘어나자 JP모간,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월가 금융회사들이 기업들에 장기 대출을 거부하고 3년이하의 단기대출만 허용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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