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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이끄는 외상센터, 지원 늘리면 나아질까

최종수정 2020.01.19 16:38 기사입력 2020.0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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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아주대병원, 수년간 누적된 갈등이라는데
외상센터 운영 둘러싼 갈등 배경, 사실관계 확인해보니

아주대병원 내 있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주대병원 내 있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한국에서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침몰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중략) 많은 사람이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 구축에 필요하다며 다들 자기 이권만을 관철시키려고 할 뿐, 정작 중증외상센터가 무엇인지 해외에서 진정성 있게 공부하려는 이조차 없었다."


"'그렇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면 외상센터 닫고 사업 반납하면 됩니다.' 공식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각종 압박성 언사로서 내가 스스로 옷을 벗도록 유도하는 조직의 운영방식에 몸서리가 쳐졌다." (이상, 이국종 '골든아워2' 가운데 일부)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2018년 쓴 이 책은 본인과 주변 이에 관한 자전적 서술인 동시에 국내 외상센터 시스템이 굴러온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2002년 외상외과를 업으로 삼아 뛰어든 이 교수는 미국ㆍ영국 등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당시로서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외상센터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아울러 그런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는 데 십수년간 공을 들였다.


병원 내부는 물론 외상센터를 대하는 외부의 시선까지, 갈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있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외상센터 직원들의 피와 땀, 헌신만으로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더라 모두에게 불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팩트체크 ① 외상센터, 병원 적자 원흉인가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병원마다 다르겠으나, 단정짓기 힘들다. 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이 2017년을 기준으로 아주대ㆍ부산대ㆍ울산대병원의 외상센터의 손익을 분석해보니 보조금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손해율이 40~50%대에 달했다. 아주대병원에선 원가가 310억원 정도인데 수익이 210억원, 100억원가량 손해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후 의료진에 대한 지원금이 늘고 외상환자에 대해 수가를 가산하는 등 제도적으로 지원하면서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교수 역시 언론인터뷰에서 "(외상센터가) 적자의 주범이고 실제 적자가 난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해서 필요 없는 조직처럼 되고 있는 것은 병원에서 더 이상 센터를 운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와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19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교수는 당시 중증환자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 등에 대해 얘기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와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19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교수는 당시 중증환자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 등에 대해 얘기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팩트체크 ② 예산지원 늘리면 나아질까

권역외상센터는 병원이 신청해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정부가 승인하고 설치ㆍ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형태로 마련됐다. 정부가 중증외상 전문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명목으로 쓰는 예산이 2018년 521억원, 지난해에는 646억원 정도다. 올해는 615억원 정도다. 이는 지원예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원부분이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3, 4년간 예산집행률이 60~70%대에 불과해 예산이 쪼그라들었다. 외상센터의 경우 업무강도가 세 일선 현장에서 기피현상이 여전하다.


쉽게 말해 줄 돈은 있는데 사람이 없어 돈을 못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를 포함한 센터 구성원이 병원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1년에 4일 정도만 집에 간 얘기, 대체인력이 없어 임신한 상태에서도 헬기를 타거나 아프거나 다쳐도 무리해서 환자를 돌봐야했던 간호사 등, 이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외상센터가 간신히 굴러갈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개개인을 쥐어짜고 갈아넣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이 해주는 만큼 해당 부서의 행정업무가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예산지원을 확대하는 건 해당 병원 경영진 측에선 반길 만한 일이나 일선 현장이 원하는 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팩트체크 ③ 권역별 센터는 원래 17곳이 아니었다

복지부는 당초 전국을 5,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로 미국의 레벌1 수준의 대규모 센터를 짓는 방안을 구상했다. 레벨1은 외상 정도가 심한 중증환자를 치료할 시설이나 인력을 갖춘 곳을 뜻한다. 이는 경제성이 낮다는 예산부처의 반대 등이 겹치면서 결국 17개로 잘개 쪼갠 후 레벨1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을 운영하는 센터를 여러개 두는 식으로 조율이 됐다. 당시 초창기 연구용역을 맡았던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복지부가 공식적으로 설명해준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당초 구상에 견줘 전체 센터의 수는 늘었지만 각 센터별 규모는 줄었다. 필연적으로 권역외상센터 사업을 신청하는 모병원ㆍ본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교수 역시 과거 사업을 신청했을 때를 비롯해 이후 응급헬기 운영이나 의료진 인력운용 문제를 둘러싸고 병원측 경영진과 수년간 갈등이 쌓인 것도 모병원에 의존한 상태에서 센터를 운영해야 했던 영향이 크다. 이 교수가 '아프면 치료한다'는 상식을 강조해도 병원측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내밀며 받아주지 않는 일도 다반사였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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