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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 미스터리…진범 잡히나

최종수정 2020.01.12 16:03 기사입력 2020.01.1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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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신정동 엽기토끼' 사건
서울 신정동서 2명 이상 살해…3차 피해자 생존
당시 사건 관련 제보자-피해자 진술 7개 이상 일치

‘그것이 알고 싶다’ 엽기토끼 살인사건의 새로운 목격자가 등장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엽기토끼 살인사건의 새로운 목격자가 등장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지난 2005년 6월 발생한 이른바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질까. 11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연쇄살인 및 납치미수사건의 범인을 재조명했다.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은 한 생존자가 사건 현장에서 신발장에 붙은 '엽기토끼' 스티커를 봤다고 진술하면서 비롯됐다. 관련기사|[한승곤의 미제수첩]③신정동 연쇄살인사건…단서는 '엽기토끼'


2005년 6월6일,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에 거주하던 20대 여성 A 양이 인근 주택가에서 쌀 포대에 끈으로 싸여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5개월 뒤인 11월20일, 40대 여성 B 씨가 끈으로 비닐에 포장하듯 싸여 또다시 신정동 주택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차 사건은 2006년 5월31일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는 가까스로 도망 나와 목숨을 건졌다. 범인들이 있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나와 신발장 뒤로 몸을 피한 피해자는 "눈앞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있었다. 신발장 앞에 토끼 같은 스티커가 붙어있었어요"라고 증언했다. 이후 이 사건은 일명 '신정동 엽기토끼 사건'으로도 불리고 있다.


사건은 △범행이 일어난 시기와 장소, △수법 등이 일치했다. 그러나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고, 사건은 사실상 미제로 남았다. 그러다 한 제보자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찾아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면서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보자 강 씨.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보자 강 씨.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 제보자, 1차 사건 이후 범인 집에 갔나


방송에 따르면 제보자 강민석(가명) 씨는 제작진을 만나 당시 자신은 제대 후 케이블TV 전선 절단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2006년 9월께 신정동의 한 다세대 주택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강 씨에 따르면 주택 대문은 검은색 계열의 철문이었다. 대문을 지나 반지하로 향해 문들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자 강 씨는 2층으로 향했다.


여기서 강 씨는 한 신발장을 봤고 이 신발장에는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있었다고 말했다. 또 신발장 위에는 아이들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종이 꽃'이 놓여져 있었다.


2층 집 주변 케이블 전선을 정리한 강 씨가 집 밖으로 나와 이동할 때 강 씨는 한 남자를 만났다. 강 씨는 이 남자 자신에게 다가와 "우리 집 문들 두드렸는데, 왜 두드렸느냐"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고 강 씨는 기억했다. 강 씨는 "의아했다. 분명히 저는 집을 두드렸을 때 없었는데, 왜 두드렸냐고 물어봤으니까"라고 말했다. 강 씨에 따르면 남자는 30대 초중반으로 보였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어 이 남자와 반지하 집으로 향한 강 씨는 "집 안에 들어가자 거실에 끈이 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에게 "무슨 포장 관련 일을 하시나봐요"라고 묻자, 남자는 "아 예 뭐 ..."라고 얼버무렸다고 강 씨는 전했다.


안방에 들어간 강 씨는 이곳에서도 많은 끈들을 봤다고 말했다. 강 씨는 "되게 싸늘한 느낌, 일반 집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강 씨는 작업을 다 마치고 수거한 케이블 선 등을 정리하고 있을 때 뒤에 그 남자가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분이 왔을때는 모자를 벗었고, 상의도 벗었다"며 "저한테 폐선을 좀 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씨는 "이 선 가져가셔도 (TV 연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남자는 "아 TV에 쓸 게 아니다"라고 답했고, 강 씨는 "저희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남자는 강 씨에게 지속해서 케이블 선을 달라고 요청했다.


남자가 좀처럼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강 씨는 길이 3m 정도의 케이블 선을 잘라 남자에게 줬다. 강 씨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 이 집을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강 씨의 기억은 놀랍게도 3차사건 피해자의 증언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3차 사건 피해자에 따르면 피해자 C 씨는 신정동의 한 주택 검은색 철문을 지나 반지하로 향했고, 이 집안에서 수많은 노끈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또 피신하기 위해 숨은 2층 계단에서 엽기토끼 스티커가 부착된 신발장을 봤고, 이어 반지하 주택에는 자신을 납치한 남자 외에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3차 사건 C 씨가 당시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3차 사건 C 씨가 당시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강 씨와 생존자 C 씨 진술을 종합하면 두 사람의 진술이 일치하는 것은 신정동 한 주택가 검은색 계열의 철문 철문을 지나 2개의 반지하 방에서 '오른쪽' 집 집안에서 목격한 것은 '수많은 노끈' 2층에 놓인 신발장 그 신발장에 붙은 '엽기토끼' 아이들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종이 꽃','화분' 등이다.


전문가는 두 사람의 진술이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박지선 숙명여대(심리학) 교수는 "화분에 대한 묘사나 이런 것들은 사실 10년이 지나서 회상하는 것치고는 너무나 자세하다"면서 "정말 본인이 경험한 그 날의 일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안 깨트리려고 조심스럽게 뒤로 가서 신발장 뒤에 딱 앉아서 작업 중이었고, 이 말이 나온다. 이건 본인이 경험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경찰행정학) 교수는 "심리적으로 지배당하지 않고, (남성과) 동등한 입장이기 때문에, 제보자 기억이 피해자보다 더 구체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생존자 C 씨는 범행현장에서 남성 1명이 아닌 2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C 씨는 한 사람이 나오고 한 사람이 또 나왔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는 1명이 아닌 최소 2명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강 씨는 당시 1명의 남자만 목격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최면수사를 통해 강 씨가 혹시 놓치고 있는 기억이 없는지 살펴봤다.


최면수사는 과거 강호순 연쇄살인범의 최면수사를 담당했던 권일용 전 프로파일러(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최면에 들어간 강 씨는 집 안에서 한 남성을 봤다며 "매섭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집 밖으로 나와 작업 정리를 하고 있는데, 자신에게 케이블 선을 달라고 한 남자는 다른 남자라고 말했다.


남자의 얼굴에 대해 "재미있게 생겼다"면서 "눈썹을 갈매기처럼 그렸다"고 말했다. 권일용 교수는 "한 사람을 두 번 본 게 아니라 두 사람을 본 거죠"라고 분석했다.


결국 생존자 C 씨가 말한 '남성 2명'에 대한 기억도 강 씨 기억과 일치했다. 두 사람의 기억은 최소 '엽기토끼' 스티커 등 최소 7개가 일치한다.


제작진은 강 씨 기억을 토대로 '갈매기' 눈썹 남성의 몽타주를 제작, 이 남성을 찾아나섰다.


◆ 2인조 강도강간범 중 1명 몽타주와 비슷해…지난 2018년 출소


이후 부산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과거(2005년 6월) 신정동 인근에서 성폭행 전과가 있었던 2인조가 이전 사건들의 용의자로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내용을 제작진에 알린 부산 기장경찰서 정우정 경감에 따르면 2인조 장석필(가명)과 배영호(가명)는 2008년 두 차례의 강도강간 범행을 함께 저질렀다.


검거된 2인조 중 한 명은 신정동에 거주했다. 피해 여성 중 한 명 또한 신정동 1차 살인사건 피해자 A 양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장석필은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배영호는 10년 형을 선고받아 지난 2018년 출소했다. 제작진은 강민석 씨에게 배영호의 사진을 보여줬다. 배 씨 사진을 본 강 씨는 "눈이 너무 똑같다. 닮았다"고 말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 배영호 집에서 보인 끈…신정동 엽기토끼 사건과 연관있나


제작진은 배영호를 만나러 그의 집을 찾았다. 배영호는 제작진이 장석필의 이름을 언급하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현관에 들어서자 제작진이 마주한 것은 끈이었다. 바닥 뿐만이 아니라 집안 곳곳에 끈들이 놓여 있었다. 배영호는 "장씨와 함께 막노동을 했었다. 오래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고 했다.


배영호는 또 "저는 겁이 많아서 누구를 죽이지도 못하겠다. 누가 말을 해서 내가 만약 진짜 했다 치자. 그랬을 때 '했다' 그럴 사람이 누가 있겠나. 세상 천지에 나는 반지하 같은 데 그냥 살라고 해도 잘 안 산다"고 했다.


또 "화장이나 눈화장을 했냐"는 제작진 질문에는 "나 화장하는 거 되게 싫어해요"라고 답했다.


배영호 자택 거실 입구에 놓인 끈.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배영호 자택 거실 입구에 놓인 끈.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전문가들은 배영호의 말 중 장석필과의 친분 기간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오 교수는 "성과 관련되어서 두 사람이 공유한다라고 하는 것은 그거는 이 두사람 사이에 있어서 그런 어떤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이런 행동을 함부로 하기에는 어렵지 않느냐"고 했다.


박 교수는 배영호가 귀마개를 사용해 피해자의 눈을 가렸다는 증언에 대해 "귀마개라는 물건은 생소한 물건이다. 귀마개 원래 용도가 아닌데도 눈을 가린 용도로 썼다는 건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는데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은 귀마개라는 도구를 챙겨가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강도강간 범행을 한 동네에서, 그것도 두 명이 같이 이렇게 합동해서 하는 경우는 형사 경험상 드물다"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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