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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의 라이브 리뷰] 20세기 클래식 산업계 '최고 스타' 파바로티, 그의 음악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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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객원기자·에투알클래식&컨설팅 대표

한정호 객원기자·에투알클래식&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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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폴로 13', '뷰티풀 마인드'로 실제 사건과 인물의 극화에 능통함을 보인 론 하워드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파바로티'가 내년 1월 1일 국내 개봉한다.


하워드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의 사춘기부터 세계적인 명성에 이르기까지 성공 궤적을 가족ㆍ지인이 촬영한 캠코더로 따라간다. 암 선고 이후 생애를 정리하는 미공개 영상도 담았다.

파바로티는 20세기 클래식 산업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스리 테너(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가 탄생했다. 하지만 3중창으로 나눠 부른 나폴리 민요 '오 솔레미오(나의 태양)'에서 볼 수 있듯 파바로티와 두 스타의 기량 차이는 현격했다.


'스리 테너'가 태동하기 전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이 아니더라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만으로 두 가수와 파바로티를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스리 테너'를 상품으로 만든 주체는 프로모터 티보 루다스였다. 루다스는 파바로티의 독점 흥행 권리를 쥐고 있었다. 그는 1980년대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파바로티를 세웠다. 50만명 단위로 대형 야외 공연을 꾸린 것이다.

클래식 역사에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 모두 파바로티의 야외 행사에서 나왔다. LA 다저스 스타디움(1994), 에펠탑 광장(1998)에 이어 2001년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스리 테너' 공연이 이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형편없는 어쿠스틱으로 맹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루다스와 파바로티는 "오페라가 살아 남으려면 더 많은 청중과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 '파바로티'에서는 오페라 대중화를 위한 파바로티의 언행이 반복적으로 비춰진다.


세계 곳곳의 학교에서 제 아무리 대단한 성악 코치와 교수가 있어도 파바로티 같은 목소리의 테너를 만들진 못한다. 타고난 재능을 교육 기관이 발견·육성해야 한다는 통상적인 교육이론에 반하는 사례다.


파바로티는 1972년 2월 17일 뉴욕 메트 오페라에서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 중 토니오의 아리아 '친구여, 오늘은 기쁜 날'을 불렀다. 그때 하이 C(High C) 음을 정확히 아홉 번 찍었다.


훗날 그보다 더 높은 음을 내는 테너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앨범의 이름이기도 한 '하이 C의 제왕'이라는 칭호는 그의 정체성으로 남았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c) Decca

루치아노 파바로티 (c) De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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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는 타고난 '빛나는 고음'으로 1960년대부터 빈첸초 벨리니, 도니제티의 벨칸토 오페라에서 동시대뿐 아니라 역사적인 리리코 레제로(가볍고 경쾌한 발성) 테너로 등극했다. 1970년대 자기 소리에 조금 더 강한 힘을 더하면서 작품에 극적인 효과도 배가하는 스핀토의 성질(聲質)을 개발했다.


대중이 파바로티가 내는 음의 높낮이에 신경 쓸 때 파바로티는 폭과 넓이에 대해 고민했다. 결국 그가 노력으로 일군 주세페 베르디의 베리스모(사실주의·현실주의) 오페라의 족적은 재능에 머물지 않고 자기를 성찰하고 미래를 예측한 산물이어서 소중하다.

지금도 오페라 슈퍼스타들이 5년 앞 스케줄을 미리 잡지만 정작 때가 되면 소리는 여물지 않아 작품을 포기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파바로티는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았다. 도밍고ㆍ카레라스에 비해 은퇴 시기는 빨랐다.


파바로티는 2004년 메트 오페라의 '토스카'로 전막에서 내려왔다.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립싱크가 마지막 무대였다. 1990년 로마 월드컵 '스리 테너' 공연에서 같은 곡을 부를 때와 비교하면 파바로티의 쇠잔함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올해 팔순을 바라보는 도밍고는 성추문으로 미국 무대에서 퇴장했다. 은퇴 투어 중인 카레라스는 투어를 연장하면서 팬들과 만나지만 예전의 목소리가 아니다.


영화 '파바로티' 말고도 수많은 앨범으로 파바로티를 만날 수 있다. '파바로티와 보내는 크리스마스'(데카)는 '아베 마리아', '카로 미오 벤'처럼 성탄 캐럴 외에도 송년과 어울리는 선곡으로 그가 많은 리사이틀 무대에서 자주 부른 곡들이 망라됐다.


객원기자·에투알클래식&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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