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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안전과 규제 사슬… 기로에 선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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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산업 옭아맨 노동자 고용 형태
요기요·배민 등 플랫폼 종사자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 촉발

법원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로 봐
정부도 직고용 형태 권고 압박중

노동 유연성 고려 않은 구시대 발상
젊은 라이더, 소속감보다 수익 중시

고용 안전과 규제 사슬… 기로에 선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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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조성필 기자, 정동훈 기자] "노동이 있는 곳에 권리도 있어야 한다." "산업이 사라진 뒤 권리가 무슨 의미인가." "직고용 관심 없다, 돈만 많이 벌 수 있게 해달라." 플랫폼 종사자를 둘러싼 이슈는 흑백논리를 넘어 '일곱색깔 무지개'처럼 다양하고 복잡하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구호와 '신산업 발목잡기'라는 볼멘 소리가 충돌하는 단순한 노사 문제가 아니다. 취업 전선에서 배제된 청년의 생존권과 생명권, 신산업과 기존 제도 사이의 필연적 갈등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낼 정치권의 중재력을 시험대에 올린 문제이기도 하다.


일자리냐 일거리냐… 기업도 종사자도 혼란

어느 순간부터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한 배달의 민족, 요기요 같은 기업들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성장 동력 삼아 발전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끼고 사업주와 종사자를 연결해준다. 사업주는 직고용 부담을 덜고, 종사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 모델이다.

이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종사하는 사람 수도 많아지면서 '직고용'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행정부와 사법부 가리지 않고 직고용 압박에 가세했다. 지난 5일 고용노동부가 배달대행 업체 '요기요'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해온 배달기사(라이더)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리면서 플랫폼 종사자의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됐다. 이후 관련 소송에서 법원도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게 되면 노동관계법 보호 대상이 된다. 기업 입장에선 각종 수당 지급 등 의무가 생겨 인건비가 상승한다. 업계에서 "정부가 나서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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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기준은 '회사와의 관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택배기사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19일에는 부산지법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대리운전업체 2곳이 대리운전 기사들은 독립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업자일 뿐 근로자가 아니라며 법원에 확인을 요청한 사건인데, 법원 동부지원 민사1부(서정현 부장판사)는 대리운전 기사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 기준이 된 건 회사와 종사자 간 실질적 관계다. 법원은 택배회사가 보수와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대리운전 업체도 수수료 결정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봤다. 회사 측이 이들을 실제 지휘ㆍ감독하는지도 중요 기준이다. 법원은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간을 회사가 정하고 유니폼을 입도록 하거나 의무교육을 받도록 한 점 등도 근로자성의 근거로 봤다. 또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33조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이 지난 5일 배달앱 요기요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위탁받았던 라이더가 근로자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노동청은 요기요가 시급제를 적용하고 실질적인 근로감독 및 지휘를 한 점 등을 근거로 라이더를 개인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판단했다. 최저임금 보장, 산재보험 가입 등이 가능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 것은 아니지만 노조 결성ㆍ단체교섭ㆍ파업 등 '노동 3권'을 행사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취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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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성장통 불과…산업 발전의 기폭제 의견도

고용노동부와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대리운전기사ㆍ배달기사ㆍ퀵서비스기사 등 플랫폼 기업 종사자는 약 55만명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중 산별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180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들이 원하는 것은 4대 보험이나 노동운동이 아니라 안전하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라이더 대부분은 특정 업체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배달하는 만큼 직고용을 오히려 꺼려한다"고 했다. 이철규 건국대 신산업학과 교수도 "음식점에서 배달기사를 고용하기엔 도저히 경제적 타산이 안 맞아서 배달대행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라이더에게도 업체 여러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데 직고용을 압박하는 것엔 선택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했다.


배달대행 사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ㆍ서빙로봇 등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은 신사업 개발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이철규 교수는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직고용을 압박한다는 것은 업계 현실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하고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도 "정부가 일단 신사업을 할 수 있게 한 뒤 그 이후 나오는 장단점을 규제해야지 초반부터 신사업을 막으면 창조적 공유경제는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혁신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성장통' 성격도 있는 만큼, 산업 안착과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박정환 서비스노조연맹 정책국장은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노동법에서 인정하는 사업주와 종사자의 개념이 확장돼야 한다"며 "플랫폼 산업과 노동의 확대에 따라 종사자 권리를 찾기 위한 사회적 대화와 논의가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위원장도 "플랫폼 기업도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며 "근로자에 대한 고용 안정과 수익보장 등 책임을 다해야 산업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규 기자 jkme@asiae.co.kr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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