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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집 앞에서 담배 좀 꺼주세요" '층간 흡연' 갈등 대책 없나

최종수정 2019.11.16 06:00 기사입력 2019.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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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흡연 시달리는 이들 매년 늘어나
아파트 베란다서 꽁초 던져 화재 위험까지
관리소에 간접흡연 피해 신고해도 강제성 없어

서울 양천구의 한 오피스텔에 붙어 있는 입주자 협조문. 사진=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서울 양천구의 한 오피스텔에 붙어 있는 입주자 협조문. 사진=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아시아경제 허미담 인턴기자] # 두 살배기 아들을 둔 김 모(32) 씨는 최근 아파트 5층인 자신의 집에 올라오는 담배 냄새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화장실에서 올라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들다"며 "환풍기를 틀어도 담배 냄새가 빠지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화가 난 김 씨는 아래층에 가서 항의했으나 이웃은 "우리는 집에서 담배를 피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김 씨는 "어디서 올라오는지 모르는 담배 냄새 때문에 우리 아이의 건강마저 나빠질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겨울이 다가오자 층간 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건물 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하는 일부 흡연자들이 집안이나 아파트 복도 등에서 흡연하는 경우가 잦아져서다. 정부는 층간 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했으나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층간소음만큼 갈등 층간 흡연, 관리소 항의해도 소용없어

최근 층간소음에 이어 층간 흡연이 이웃 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로 인해 간접흡연을 하게 된 주민들이 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현재 별다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층간 흡연에 시달리는 이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4년부터 최근 4년간 조사한 아파트 내 간접흡연 관련 분쟁은 총 1215건에 달했으며, 집 담배 갈등은 △2015년 260건에서 △2016년 265건 △2017년 353건으로 늘어났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아파트나 빌라 등 실내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지난해 시행했다. 이는 공동주택 입주자가 간접흡연 피해를 신고하면 관리자(경비원·관리사무소 직원 등)가 흡연 의심 가구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조항이다.


그러나 해당 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법의 강제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관리 주체의 조사 방법 및 권한 범위 등이 명확히 표기돼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A(25) 씨도 "아랫집 화장실서 환풍기를 켜고 담배를 피우니까 우리 집 화장실에도 담배 냄새가 들어왔다"며 "관리소에 항의했으나 흡연 금지 방송을 하는 게 다였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베란다서 꽁초 던지다 화재·화상 위험까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복도와 베란다에서 담배꽁초를 던지는 흡연자들 때문에 일어나는 피해도 문제다. 아파트 저층에서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가 행인을 화상 입게 하는 것은 물론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경기 오산시 세교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세 살배기 아기의 왼쪽 어깨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아기가 화상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잘못 버린 담배꽁초로 경기 시흥시 공장 일부와 차량 등이 불에 타 3800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입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전체 화재 건수는 매년 줄어드는 반면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화재 발생 요인 중 거의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2010년 5287건이었던 담배꽁초 화재는 이듬해 6592건으로 25% 가까이 급증했다. 이어 2017년에는 7000건에 육박하며 2009년 이후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외국 층간 흡연 대처 방법 확인해보니…美 캘리포니아주, 공동주택 거주 시 금연

층간 흡연 문제에 외국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2011년 8월15일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같은 공동주택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자기 집이더라도 아파트, 콘도 등 공동주택에 거주할 시에는 금연해야만 한다.


또한 미국의 유타주는 한 아파트에서 다른 아파트로 담배 연기가 넘어가는 것을 공해로 인정해 아파트 전체를 금연 구역화했고,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도 이미 85%의 아파트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한편 국회에는 지난 9월 공동주택에서 간접흡연 피해가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관리 분쟁 조정위원회에 현장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간접흡연도 층간소음 문제처럼 분쟁조정위의 직권 현장조사를 통해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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