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시아초대석]"인터넷은행 참여, 한국 떠나지 않겠다는 對고객 약속"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단도직입-박종복 SC제일은행장 인터뷰
SC 인수 후 첫 한국인 행장…적자 은행 1년만에 흑자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위해 IT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경쟁 은행들과 차별화·밀레니얼세대 고객 확보에도 도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 고객보호 시스템, 토스에 전수할 것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AD
원본보기 아이콘

[대담=아시아경제 전필수 금융부장, 정리=김민영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는 SC가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64)을 만난 건 지난 16일이다. SC제일은행이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지분 6.67%를 투자하며 인터넷은행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힌 다음 날이다. 토스, KEB하나은행 등과 함께 제3인터넷은행 도전에 나선 박 행장에게 첫 질문으로 인터넷은행에 대해 묻자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술술 이어갔다.

박 행장은 인터넷은행 도전에 대한 명확한 뜻을 밝혔다. 고객과 직원들에게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 박 행장은 “우리는 대형 로컬 시중은행보다 작은 외국계 은행이다 보니 지점을 빨리 줄이고, 디지털화도 빨리해야 하는데 그러면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또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SC그룹이 떠날 국가에서 새로운 사업에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박 행장은 또 금융혁신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다. 당장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그는 “유통업처럼 은행산업도 오프라인에 의지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온ㆍ오프라인이 결합되고 글로벌과 로컬이 섞인 하이브리드 은행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신개념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해야 하는데 은행 조직은 무겁고 보수적이기 때문에 여러 IT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왔고, 토스뱅크 참여도 이 일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박 행장은 2005년 SC그룹이 은행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임명된 한국인 행장이다. 평생을 한 직장에서만 근무한 그는 2015년 행장이 될 기회를 잡았고, 적자의 늪에 빠진 은행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은 뒤 작지만 내실 있는 시중은행으로 입지를 다져 놨다. 이 은행은 2016년 22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이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접견실 한쪽 벽면 장식장엔 필사즉생(必死卽生ㆍ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이라고 적힌 액자가 놓여 있었다. 1992년 한 지점에서 근무할 때 글씨 잘 쓰는 고객에게 써 달라고 부탁해 마련했다고 한다. 그는 “이 글귀를 보며 앞으로 기존 은행은 없어질 것이고, 새로운 개념의 은행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말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

다음은 박 행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재무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것뿐 아니라 이로 인한 전략적 가치 또한 고려했다. SC그룹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고객들에게 다시금 확인 해주는 한편, 한국에서 SC제일은행의 브랜드 위상을 높이며 고객의 신뢰를 얻고 경쟁 은행과 차별화 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스를 어떻게 보고 있나.

▲토스와는 향후 전략적 파트너로서 제휴를 맺고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며 비즈니스의 확장도 기대할 수 있겠다. 특히 토스의 강한 디지털 기반과 은행 오프라인 점포의 시너지를 살려 소매금융의 미래 성장 전략을 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초반 출생) 고객 확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번 투자는 SC그룹과 SC제일은행이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실행이기도 하다. 홍콩에서는 SC그룹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고, 대만에서도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지분 투자를 했다. 한국에서도 혁신적이고 고객 친화적인 디지털뱅킹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양한 핀테크(금융+기술) 선두 주자들과 제휴해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확대해왔다.


-인터넷은행 운영할 때 고려할 점은.

▲단순한 금융서비스와 은행은 천양지차다. 특히 은행업은 리스크 정책이 중요하다. 고객보호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SC제일은행만이 가지고 있는 자금세탁방지나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고객보호 시스템을 토스에 전수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나.

▲우리 은행에는 자금세탁 방지 전담 부서(금융사고리스크관리부)에서 근무하거나 각 현업 부서의 자금세탁 방지를 전담하는 직원이 120명이나 있다. 다른 시중은행의 10배가 넘는다. 또 금융범죄리스크위원회를 운영하며 자금세탁과 경제제재 조치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에서 조직 구성이나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프레임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대주주여서 좋은 점이 뭔가.

▲영국 런던이 핀테크의 성지로 불리는데 글로벌 은행의 시각과 인사이트를 빨리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개념을 2000년대 초반부터 썼다. 디지털화나 옴니채널 전략 같은 것도 우리는 이미 2000년대부터 준비했다.


-SC제일은행은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ㆍ일과 삶의 균형)이 잘 지켜지고 있나.

▲워라밸도 영국에서 시작된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직원들은 SC그룹이 인수한 뒤부터 워라밸을 입에 달고 살았다. 당시엔 워라밸 얘기를 해도 아무도 못 알아들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는 워라밸의 기본이다. 일찍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생산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직원 만족도는 훨씬 커졌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 할 수 있다. 추후 재택근무 제도도 도입하려고 한다. 집중해서 근무하고 빨리 퇴근하자는 게 SC의 철칙이다.


-52시간 근무제도 정착이 됐겠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하는 문화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52시간 근무제가 잘 정착된 걸 넘어서 본점과 영업점 근무 문화와 인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지난 7월1일부터 PC 오프제를 시행했는데 큰 혼란 없이 잘 정착됐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박 행장은 쉬지 않고 젊은 생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강조했다. 박 행장은 “복장도 완전 자율화 하려고 한다”며 “은행원이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으면 왜 안 되느냐. 복장에 변화를 줘 시대가 바뀌었단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는 많지만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 박 행장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 왔다. 그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한다”며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이어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슈퍼엠이라는 그룹이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했다”면서 “한류가 국가 브랜드를 무척 높여 놨다. 그룹 회의에 참석하러 갈 때마다 한류의 대단함을 느낀다”고 했다. “금융에도 한류가 필요하다.” 박 행장은 이 메시지를 던지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