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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헤밍웨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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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20세기 미국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기자로 일한 경험에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사실적으로 내용을 묘사하는 방법을 배웠다. 스스로 “엷게 펼쳐 놓기보다는, 항상 졸인다(boiling)”라고 말할 정도로, ‘하드보일드’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글쓰기 방식에 특히 신경을 썼다. 역자 이정서는 ‘헤밍웨이 문체’가 단순히 짧게 끊어 쓰는 단문을 말하는 것은 아닌데, 기존의 접속사와 쉼표를 무시한 자의적 번역은 헤밍웨이 문장의 맛과 멋을 모두 해친다고 주장한다.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함께 헤밍웨이 글쓰기에서 중요한 ‘빙산 이론’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가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면, 알고 있는 바를 생략할 수 있으며, 독자들은 마치 작가가 그것들을 서술한 것과 같이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헤밍웨이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또한 서술 구조나 대명사, 단어의 의미를 임의로 번역하게 되면 원어민이 아닌 역자는 그 뉘앙스나 작가의 의도를 놓치고 만다. 이정서는 이 책에서 “작가의 문장을 흩어뜨리면 내용도 달라지는 것”이라며 쉼표 하나, 단어 하나라도 원문에 충실한 정역을 위해 노력했다. 이번 번역집에는 '킬리만자로의 눈' '노인과 바다'와 함께 '미시간 북부에서'와 '빗속의 고양이'를 수록하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이정서 옮김/새움)



■아메리카행 이민선=1879년 8월 7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그리녹항에서 데보니아호에 탑승한다. 장차 아내가 될 열 살 연상의 유부녀인 미국인 패니 밴드그리프트 오스본의 이혼이 거의 완료되어 그녀를 만나러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이었다. 이때 스티븐슨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세기의 다른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2등실 승객으로 격동의 대서양을 횡단한다. 노동자 계급이 실제로 어떻게 이민길에 나서는지 직접 겪어보기 위해서인데, 이 여정은 온갖 궁핍함과 비참함 속에서 이루어진다. 열흘 뒤인 8월 17일에 뉴욕에 도착해 리유니온 하우스에 머물고, 이튿날 캘리포니아로 가는 기차 여행을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스티븐슨을 거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골짜기를 통과하면서도 쾌활한 행군을 이어가도록 한 ‘아메리카행 이민선’과 ‘대평원을 가로지르며’의 고난한 여정의 결과물이다. 스티븐슨은 2등실 승객이긴 했으나 실제로는 3등실 승객들과 가까이 지내며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뿐만 아니라 밀항자들과 직접 부대끼며 느꼈던 점들을 예리하게 관찰하여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처절하게 기록한다. 가령 침상 마련이라든가, 음식 배급, 선원, 더 높은 등급의 배표 소지자들, 서로 다른 국적의 승객들, 오락거리, 아이들과 같은 세부사항들을 통해 풍부하고 다채로운 선상에서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 작품은 스티븐슨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출간되지 못하다가 죽은 지 1년 후인 1895년이 되어서야 출간되었다. 스티븐슨이 소위 “거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중산층 계급인 친구들과 가족들의 정서에 충격을 주었으며, 출판사는 일부 구절이 불쾌한 부분을 지나치게 생생하게 묘사했다고 여겼고, 스티븐슨의 아버지인 토머스 스티븐슨 또한 책의 내용을 마뜩찮아 해 인쇄본을 모조리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 후반 잉글랜드에서의 계급, 인종, 성별이 복잡하게 혼합된 특징을 괄목할만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평가에 따라서는 스티븐슨이 당대의 어려운 사회적 조건에 자발적으로 정면으로 부딪쳤다면서 이 작품이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윤사라 옮김/꾸리에)


■송진=스칸디나비아 최고의 서스펜스·범죄소설에 수여하는 글래스키상 수상작. 작가 에느 리일은 이 작품으로 덴마크 방송 공사의 ‘2016 DR 소설상’ 후보에 올랐고, 덴마크 문화부에서 수여하는 ‘닐스 마티아센 기념 기금’을 수상했다. 또한 덴마크의 하랄모겐센상, 스웨덴의 골든크로바상, 노르웨이의 골든뷸렛상 등 스칸디나비아의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다. 이 소설은 남다른 가족사를 배경으로 외딴섬에서 고독하게 성장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여타 북유럽 소설과는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보통 범죄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추리·스릴러 소설에 상을 주는 글래스키가 기존의 수상작과는 결이 다른 ‘송진’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남들과 다소 다른 이유로 소외당하는 비사교적인 주인공들이 엉뚱하고 짓궂은 사건 전개와 완벽한 합을 이뤄, 비극적인 이야기를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다루고 있으며, 익숙해서 알려진 것과 그렇지 않아 충격적인 것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글래스키의 선정 사유는 이 작품이 장르소설과 비장르소설의 경계에 서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장르적 코드와 독창성, 익숙한 클리셰와 새로운 코드가 만나 움베르토 에코가 좋은 문학을 두고 말하는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균형’이 잘 잡힌 빼어난 작품으로 탄생했다. (에느 리일 지음/이승재 옮김/은행나무)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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