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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술발달과 회계의 미래

최종수정 2019.07.26 11:30 기사입력 2019.07.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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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술발달과 회계의 미래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정보불균형은 주주와 채권자, 경영자의 역할이 분리돼있는 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경영자가 주주나 채권자보다 기업 성과와 재무상태에 관해 잘 아는 것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관계가 없다.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당사자 간 정보불균형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상대방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거래를 하면 유리한 조건에서 가격을 결정하면서 불합리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에선 기업의 경영활동 결과를 재무제표를 통해 외부 이해관계자에 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회계기준도 9년 전에 전격 도입했는데 기업들이 제공하는 회계정보의 품질을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고, 외국자본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사회는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을 9년째 이용하고 있지만 효율적으로 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는 아직 성문법 체제의 규칙중심 제도 아래 운영되고 있지만 회계분야에선 불문법 성격을 갖는 원칙중심의 회계기준과 감사기준을 적용해 운영하려다 보니 여러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무제표 작성자의 재량이 회계기준 해석에 더 많이 실려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에선 세부 기준이나 지침 없이도 회계정보 작성자가 원칙대로 상황에 맞게 경제 현실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게 회계정보를 산출토록 하고 있다. 기업과 감사인 측이 작성한 회계정보와 감독당국의 해석이 서로 다르면 엄격한 제재가 가해져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회계측정법을 한 가지로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관점에 따라 여러 방법이 나올 수 있어서다.


회계정보 생산자들과 규제당국은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을 실행하면서 문화 충돌도 겪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될 때마다 더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무리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해도 가까운 미래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회계를 이해하는 인력이 사회적으로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에 우리 사회에서 회계 관련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새 외부감사법(신 외감법)이 제정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이 같은 변화 때문에 회계법인, 법무법인은 물론 일반회사에서도 공인회계사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고, 이들은 회계사를 뽑고 싶어도 못 뽑고 있다. 적어도 몇 년은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반면 회계분야 외부 관계자들은 회계 업계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까닭, 회계를 이해하는 이들이 필요한 이유 등을 알고도 10년 안에 회계사란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 주장하는지 궁금하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발달을 근거로 들며 회계사가 사라질 것이라 말한다. 필자는 적어도 10년은 국제회계기준을 이해하고 경영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충원돼야 한다고 본다. 이후 회계사란 직업이 사라져도 회계정보를 아는 이들이 제대로 된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회계 지식의 중요성은 기업경영을 제대로 해본 이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제현상을 숫자로 바꾸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형태의 복잡한 거래와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거래와 상품의 경제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즉 이익과 재정상태 등을 판단한 뒤 결정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역설적이게도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할수록 회계를 이해하고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이 더 필요해진 것이다. 우리 사회는 회계와 기술변화를 동시에 이해하고 있는 인력을 점점 더 필요로 한다는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석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ㆍ제38대 한국회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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