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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승록 노원구청장, 여행은 가슴 떨릴 때 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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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록 노원구청장 취임 1주년 앞두고 29~30일 직원 80여명과 함께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문화 탐방 다녀오며 느낀 소회 밝혀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필자의 가슴을 사로잡는 여행은 산행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여의치 않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모든 것을 잠시 제쳐두고 산으로 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허벅지에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 가쁘게 내쉬는 호흡과 함께 빠져나간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정화해 다시 내 몸속으로 돌려주는 산이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어느덧 지역의 책임자로 임기를 시작한 지 꼭 1년이 됐다. 지난 주말 새벽부터 그동안 초보 구청장을 잘 따라주고 도와준 우리 직원 80여 명과 오래전에 계획한 문화탐방을 떠났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난 쉼의 기회였다.


많은 직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가파른 산보다는 둘레 길을 여행지를 정했다. 그것도 지난 2010년 개방 후 하루 80명으로 탐방 인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경북 울진의 금강소나무 숲길이다. 출발 며칠 전부터 당일 비 소식이 예고되어 걱정도 있었지만 비가 와도 나름 의미가 있다 싶어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했다.


솔직히 금강소나무 숲길이어서 더 가고 싶었다. 이 길은 내륙과 바닷가 지역을 오가며 장사하던 60㎞에 이르는 보부상 길 12고개 중 울진군의 일부 구간을 되살린 길이다. ‘동해의 차마고도’라 불리며 수령 300~500년이 된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국내 최고의 금강송 자생지다. 조선 숙종 때부터 양질의 소나무 확보를 위해 일반 백성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관리하였고, 2001년부터는 국가 산림유전자 보호림으로 특별 지정된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철저한 관리는 금강송은 결이 고운 데다 성장이 느려 단단하고, 켠 뒤에도 굽지 않으며 잘 썩지도 않는 최고의 나무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때는 왕실의 관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문화재 복원 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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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직원들과 함께 한 금강소나무 숲길 탐방은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소회의 시간이기도 했다.


첫째, 직원들과의 추억 공유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의 책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에서 ‘가족이란 추억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했다. 가족 간 아름다운 추억만큼 귀하고 강력한 것은 없고,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 사람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 직원들도 가족이나 다름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억을 공유하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 사는 것에 특별할 것이 없다. 구청장과 직원과의 관계가 아닌 동반자로서 바쁜 업무에서 잠시 한 발짝 벗어나 본 망중한의 시간이었다.


둘째, 온몸으로 느껴본 힐링의 기회였다. 높은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성취감이 있지만 천천히 걷는 것도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큰 효과가 있다.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와 닿는 폭신한 낙엽송의 감촉이 잠들어 있던 온몸의 감각을 깨워주었다. 바쁜 업무에 힘들었을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본다. 깊은 산 속이어서 일제의 수탈은 물론 한국전쟁 때도 피해를 입지 않은 울창한 원시림의 피톤치드를 온몸 가득 받아들인 마음 치유의 시간이었다.


셋째, 보부상들의 애환을 느끼며 지금의 풍요에 감사했다. 당시 보부상들은 소나무길 출발 지점인 울진 두천에서 봉화 소천까지 십이령을 넘는 데 3일이 걸렸다고 한다. 보부상들은 바닷가 죽변장에서 바지게 가득 미역이나 생선을 받아 지고 봉화 춘양장에 내다 판 뒤 다시 내륙에서 비단과 곡물 등을 갖고 와 해안 장터에서 팔았다. ‘미역 소금 어물 지고 춘양장을 언제 가노,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 두 고개 언제 가노...’ 라는 보부상 노랫말에서 땅뙈기 한 뼘이라도 있으면 그 고단한 삶을 안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의 풍요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는 기회였다.


넷째, 정부와 지자체, 지역 주민들의 협력의 삶도 보았다. 금강송 숲길 일대는 산골 오지다. 예전부터 도로 여건이 안 좋다.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산림유전자 보호 구역이니 가장 우려되는 것이 산불이다. 불이 나면 소방차 접근이 어려워 지역 주민들이 나서야 한다. 집집마다 소화기를 비치해 산불 진화 체계를 갖추고 있고, 정부는 그곳 주민들에게 송이버섯 등 임산물 채취권을 주는 등 자연 자원을 올바로 보전하기 위한 협력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버려야 채울 수 있다. 오늘은 어제라는 과거를 통해 존재하고, 내일은 오늘이란 바탕에서 비롯된다. 이 순간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통해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노원’을 만들어가는 우리 노원 가족들이 되었으면 한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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