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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 바보야, 경제는 숫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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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맘그렌 '시그널'…일상의 신호로 경제 예측

[Economia] 바보야, 경제는 숫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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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경제학의 고뇌는 모든 인간 활동을 수리 모델에 욱여넣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시그널'을 쓴 피파 맘그렌은 숫자를 바탕으로 경제 현상을 설명하려는 기존 경제학의 통념을 깨뜨린다. 맘그렌이 경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그는 이웃집 개가 짖지 않는 것을 보고 이웃집의 차고를 짓고 있던 건축회사에 문제가 생겼음을 파악했다. 실제 건축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인부들이 차고를 지으러 오지 않았고 개도 짖지 않았다. 2016년 삼각형 초콜릿 바로 유명한 토블론이 삼각형 사이를 넓힌다는 결정을 내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을 때 맘그렌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초콜릿을 만드는 원재료 비용이 높아지자 토블론이 꼼수를 부린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빼빼해진 빼빼로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당시 롯데제과가 특별한 공지도 없이 과자의 중량을 줄여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맘그렌은 오만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만만하다. 그는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반복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중국 경제성장 둔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 지난 10년간 굵직한 경제 사건의 조짐을 번번이 놓치기만 했다. 내 눈에는 이 사건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위기 사건에 대해 글을 쓰고 경고했고, 그럴 때마다 조롱을 받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분노를 표출했다. 출판사 한빛비즈에 따르면 '시그널'은 맘그렌이 자비로 출간해 아마존 경제 분야 1위에 오른 책이다. 맘그렌의 글쓰기는 공격적이다. 그는 기존의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이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 수학적 방법론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수학적 방법론에서 활용하는 데이터는 어쨌든 과거의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가 강조하는 것이 신호, 즉 시그널이다.


맘그렌은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기 위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기존 전문가들은 수학적 방법론에 빠져 외눈박이처럼 세상을 봤기 때문에 오류를 범했으며 자신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복잡한 경제학 이론을 배우기보다 기민한 관찰력을 유지하면서 상식적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면 된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수학적 방법론의 오류에 빠져 경제적 실패를 겪은 사례가 여럿 있다. 아이작 뉴턴도 급등하는 남해회사 주식을 샀다가 큰 낭패를 봤다. 뉴턴은 2만파운드의 투자 손실을 겪은 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했다.


맘그렌은 경제학자나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전문가들은 아집에 빠져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오히려 특권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 변화에서 향후 일어날 경제 변화를 예측하기 쉽다고 조언한다.


맘그렌은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에서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뱅커스트러스트의 수석 통화전략가, UBS의 글로벌 전략 부수석을 역임했으며 드론회사인 H로보틱스(H. ROBOTICS)와 컨설팅회사인 DRPM의 공동 창업자다.


맘그렌은 어떻게 독특한 사고방식을 갖게 됐을까. 그는 '감사의 말'에서 뉴스 보도 내용과 진실에는 언제나 차이가 있음을 가르쳐준 아버지 해럴드 맘그렌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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