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대자보, 교복 이벤트 비판 "어린 여성들에 대물리는 행위 중단"

1일 숙명여자대학교 내에 게시된 '만우절 교복 이벤트'를 비판하는 대자보/사진=페미파워 프로젝트 트위터 계정 캡처

[아시아경제 김가연 인턴기자] 숙명여자대학교 내 여성주의 소모임이 '만우절 교복 이벤트는 여성 혐오의 재생산'이라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학내에 붙였다.

숙명여대 여성주의 소모임 '페미파워 프로젝트'(이하 페미파워)는 지난 1일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당신이 입었던 피해자의 옷을 어린 여성들에게 대물리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하며 교내에 게시했던 대자보 사진을 첨부했다.

페미파워는 해당 대자보를 통해 만우절 이벤트라며 교복을 입고 등교한 학생들을 비판했다. 페미파워는 "4월1일 숙명의 교정에 학창 시절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 자주 보였다. 입음으로써 과거를 '추억'하는 의미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이 '추억' 속에 여성혐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학창시절에 입는 교복은 사회에 적합한 인간으로 교육한다는 명목 하에 강요되는 군대 문화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복의 교복의 의미는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었을 때 변화한다"며 "성인 여성이 착용하는 교복은 성적 대상화의 코드로 사용되며 이는 한국의 미디어가 교복을 소비하는 상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교복이라는 선택권 밖에 없는 중고등학생들은 '코르셋 교복', '틴트 주머니' 등 사탕껍질 같은 교복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며 "피해 당사자들인 고등학생 여성들이 청원을 올리며 성적 대상화된 교복을 규탄할 때, 숙명인인 우리가 예쁘게 포장된 교복을 이벤트의 코드로 사용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며 반문했다.

페미파워는 "개인에 불과한 당신이 '오늘 하루를 추억하기 위하여' 하는 개별적인 선택들이 모여 여혐민국을 구성한다"면서 "당신은 여성혐오를 답습하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의 혐오와 악습이 재생산되는 세상은 결국 또 다른 피해자만 양산할 뿐"이라며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힘은 당신에게 있으며, 당신의 선택이 모여 여성혐오 카르텔 안에 있는 여학생들의 삶을 구원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페미파워는 "당신이 입었던 피해자의 옷을 어린 여성들에게 대물리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호소하며 글을 끝맺었다.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