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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美Fed보다 한 발 빠른 '길고 깊은 경기침체' 대응 (종합)

최종수정 2019.03.08 10:10 기사입력 2019.03.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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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시기 3분기→내년 1분기로 늦춰
시중은행 대상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가동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 1.7%→1.1%로 하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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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현 상황을 '길고 깊은 경기침체'로 규정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보다 한 발 앞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예상보다 더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2015년부터 시작한 자산매입프로그램이 너무 늦은 대응이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는 오히려 Fed보다 더 민감하게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ECB는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결정회의 후 올해 말까지 현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0%, 예금금리 -0.40%, 대출금리는 0.25%다. 지난 1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ECB는 올해 여름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는데, 금리 인상 시기를 3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늦춘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성장 전망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었다"며 "지정학적 요인과 보호무역주의 위협, 신흥시장의 취약성 등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2011년 ECB에 취임했다. 당시 유럽은 주변국의 부채 위기와 공동통화존이 무너질 위기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는 "유로존 침체 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며 마이너스 예금 금리 도입과 같은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과감하게 동원했다. 그러나 채권매입과 같은 대응은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가 채권 매입을 시작한 2015년은 이미 Fed가 자산매입프로그램을 마친 상황이었다"며 드라기 총재가 당시 비난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CB가 시장 예상보다 더 과감한 정책들을 내놓은 것은 과거 경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ECB는 이날 자산매입프로그램을 통해 상환되는 모든 자금을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재투자를 유지하기로 했다. ECB는 유로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3월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시작해 지난해 말 종료했다.


새로운 부양책도 내놓았다. 2014년 9월부터 2016년 6월까지, 2016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이미 두 차례 시행한 시중은행 대상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올해 9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TLTRO는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주택담보대출 제외)을 더 많이 하는 은행을 상대로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은행들이 민간부문에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ECB는 이를 'TLTRO-Ⅲ'로 명명했다. 'TLTRO-Ⅲ'는 오는 9월부터 시작해 2021년 3월에 종료한다.

현재 ECB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7000억 유로(약893조원) 이상의 TLTRO를 시행했는데, 올 하반기부터 상환이 도래하는 만큼, 은행들의 신용 경색과 이에 따른 경기 위축이 우려된다는 판단에 재시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총재는 'TLTRO-Ⅲ'에 대해 "경제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우호적인 은행대출환경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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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CB의 대응은 오히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ECB의 대응에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를 확신해도 된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재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1%로 대폭 하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유로존 성장 전망을 둘러싼 위험은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 유럽의 경기침체가 이전에 생각한 것보다 길고 깊다고 설명했다.


이날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 지수는 전날보다 1.60포인트(0.43%) 내린 373.88에 마감했고 영국 런던 증시에서 FTSE 100지수는 38.45포인트(0.53%) 하락한 7157.55를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69.83포인트(0.60%) 내린 1만1517.80으로 집계됐으며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 CAC40지수는 20.89포인트(0.39%) 하락한 5267.92에 마쳤다.


뉴욕증시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00포인트 이상 빠지며 나흘 연속 하락했다. 채권가격은 올랐다.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3시경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5.5bp 내린 2.637%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4.9bp 떨어진 2.471%에 거래됐다.


블룸버그통신은 "ECB의 경기부양책들은 Fed의 1월 금리동결 만큼이나 극적"이라며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중앙은행들의 정책에 기대고 있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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