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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a]금융과 회사의 본질-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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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제(丁田制) 같은 기본자산제, 사회 양극화 극복할 방법

금융과 회사의 본질, 김종철 지음, 개마고원

금융과 회사의 본질, 김종철 지음,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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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소득 불평등과 가계부채, 청년실업, 저출산, 장시간 노동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은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이재명 캠프의 기본소득 정책은 파격적 내용으로 화제가 됐다. 개인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30만원씩 똑같이 분배하자고 제안했다. 대안은 비인권적 노동계약에 포섭되지 않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양극화를 초래하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재벌의 소유 구조 문제나 노사 간 대립 등을 해소하는 데 공헌하기 어렵다.


김종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금융과 회사의 본질'에서 기본자산제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기본소득제와 달리 기본자산에 생산적 활용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자산 분배의 공정성뿐 아니라 자산 활용의 효율성까지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본자산제는 기본소득제와 사회적 지분제도(기본자본제)의 장점이 있지만 학계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플라톤이 '법률'에서 이상사회를 그리며 제시한 이상적 자산분배 원칙이 기본자산제였다. 역사적으로도 중세사회에서 몇 차례 개혁적 토지제도로 실현된 바 있다.

김 교수는 플라톤이 제시한 기본자산제를 현대적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본적 개념을 살리면서 기업의 소유구조 등 플라톤이 당시 상상하지 못한 문제들을 연계하자는 역설이다. 그는 "얼마간의 기본소득을 재분배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본소득제와는 달리 기본자산제는 배타적 재산권과 자산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상속권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불평등한 자산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둔다"고 썼다.


"이를 통해 기본자산제는 각 개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생산수단을 마련해주며 협동조합을 활성화해서 고용 관계의 공정성을 높이고 직장 민주주의를 강화해 실질적 자유를 향상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큰 체제적 전환을 감수해야 하는 제안은 비현실적이라는 반박을 불러오기 쉽다. 김 교수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학문을 통해 현재의 불가능성과 미래의 가능성 사이에 부단히 다리를 놓는다. 고대 로마에서 현대에 이르는 긴 시야와 철학ㆍ역사ㆍ정치ㆍ경제를 망라하는 관점에서 던지는 근본적 질문이 빛나는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이 책에서 강조되는 기본자산은 우리 역사에도 등장한다. 통일신라 성덕왕 21년에 실시된 정전제(丁田制)다. 정년(20~59세)에 달한 백성이 일정한 면적의 토지를 분배받고 경작해 수확 일부를 세금으로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본인이 가지는 제도다. 대표적 생산수단인 토지를 각 개인에게 몸의 일부처럼 붙여주기에 전형적 기본자산제로 볼 수 있다. 예순 살이 되면 국가에 토지를 반납하는 것 또한 기본자산제에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 같은 취지로 읽힌다. 정전제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2000여년 동안 이상적 토지제도의 원형으로 이해돼왔다. 맹자는 이런 자산을 항산(恒産)이라 부르고, 정전제를 통해 백성이 일정량의 토지를 유지할 수 있어야 백성에게 정의를 좇는 항심(恒心)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기본자산제는 현대의 재산권 개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는 공공성의 철학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본자산제는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사회적 상속과 채무변제 의무, 협동조합 등에서의 변화를 언급하며 양극화의 평화적 해결을 가리킨다. 정전제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주기적으로 실시됐던 빚 탕감과 토지환원제도 등이 현대에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사회가 더 민주적이 된다면, 소통과 설득 그리고 서로간의 깊은 이해를 통해 얼마든지 부유층이 자발적으로 양보할 수 있도록 유도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본자산제를 통한 평화적이고 민주적 방법이야말로 새로운 문명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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