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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처음이라]'간첩조작 사건' 피해자가 운이 좋았다니…

최종수정 2019.02.17 13:48 기사입력 2019.02.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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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처음이라'는 법알못(알지 못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소소한 법 궁금증을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법조기자들도 궁금한 법조계 뒷이야기부터 매일 쓰는 사건 속 법리와 법 용어까지 친절하게 설명해드립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운이 좋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가 당시 그를 수사한 검사와 국정원 수사관들을 고소하며 한 말이다. 무죄를 확정받아 풀려나기까지 6년 동안 '너무 힘들고 억울한 시간을 보냈다'는 그가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아이러니. 어떤 연유에서일까.


"저는 운좋게 수사 진행 중에 (무죄임이) 밝혀졌지만 어떤 피해자들은 징역을 살고, 가족과 헤어지고 (누명임을 밝히지 못한 채 죽어)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유씨는 자신 뿐 아니라 피해자 한명 한명을 위해 간첩조작 사건의 재발 방지를 호소한다고 했다. 그는 "저도 가족이 있고 아이가 있는 아버지로서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피해자 한명 한명을 대표해 호소한다"며 "가해자가 처벌되고 다시는 간첩이 만들어지지 않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은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재조명 받고 있다. 과거사위는 지난 8일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국정원의 인권침해와 증거조작을 방치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04년 탈북한 유씨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던 2013년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여동생 유가려 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증거조작과 인권침해 등 사실이 드러나며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과거사위는 재조사를 통해 당시 수사와 공판을 맡은 검사들이 증거가 조작된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정황이 밝혀졌다고 했다.


과거사위는 가려씨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국정원의 가혹 행위가 있었고 국정원 수사관들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위증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가려씨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게 막고 검찰도 이에 협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사위는 국정원이 제시한 유씨의 북한-중국 국경 출입기록(영사확인서)이 위조된 사실을 검찰이 알면서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고 유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탈북자 진술의 신빙성도 검증하지 않았다고 봤다.


"처음에 증거 조작이 밝혀졌을 때 제대로 조사가 이뤄졌다면 (과거사위의) 재조사도 없었을 것이다."


유씨는 '간첩조작 사건'에는 늘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고 말한다. 찾아낸다고 해도 어떤 구실을 대고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검찰의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난 당시에도 유씨는 자신을 수사한 검사들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담당 검사가 국정원에 속았다'는 결론으로 사건을 '혐의 없음' 처분했다.


유씨는 지난 13일 과거사위의 재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 2명, 국정원 수사관 4명, 허위 증언을 한 탈북자 1명을 국정원법 위반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다시 고소했다. 유씨 변호인단은 "과거사위 재조사에서 밝혀진 유가려씨에 대한 변호인접견권의 침해, 유리한 증거와 참고인 진술의 은닉, 위조된 증거 제출로 인한 재판부 기망 등은 공익의 대변자인 검사가 한 행위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강도 높은 수사로 조작행위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경욱 변호사는 변호인단을 대표해 "당시 검사들이 단순히 검증을 소홀히 한 게 아니라 조작에 공모했다는 점이 (재조사에서) 드러났다"며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고 국가범죄에 가담한 검사까지 포함해 일벌백계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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