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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민원인 진료기록·인감증명'...화장실 깔개로 쓴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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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재판 관련 서류 휴지통 깔개로 쓴 법원
'집주소·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비롯해 '의료기록'까지 유출
법원 "정확한 경위 파악중"

[단독]'민원인 진료기록·인감증명'...화장실 깔개로 쓴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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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춘희 수습기자] 서울 노원구에 사는 노모(33)씨는 최근 민원 접수를 위해 서울 북부지방법원을 방문해 화장실을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대변기 칸 휴지통 바닥에 한 민원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이 담긴 서류가 버젓이 깔려 있어서다. 혹시나 누가 버린 게 아닌가 싶어 다른 칸도 확인했지만 마찬가지로 휴지통 바닥에 재판 관련 서류들이 있었다.


노씨는 “처음에는 누가 버린 서류인줄만 알았는데 다른 칸에도 서류가 똑같은 형태로 깔려있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개인정보보호에 누구보다 힘써야 할 법원이 앞장서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꼴이라 황당했다”고 말했다.

각종 소송 관련 서류에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가득 담겨있다. 당연히 법원은 이 같은 소송 서류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정확히 폐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서울의 한 법원이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진료기록 등이 적혀있는 개인 소송 서류를 화장실 휴지통 깔개로 '재활용' 해온 사실이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드러났다. 해당 법원은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정확한 경위 파악을 약속했다.


11일 기자가 서울 북부지법 민원동ㆍ법정동을 둘러보니 화장실 내부 21개 쓰레기통 중 15개에서 민원인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가 발견됐다. 서류들은 하나같이 A4용지 크기로 네 모서리가 접힌 채 휴지통 바닥에 반듯하게 깔려 있었다. 이 서류들은 나중에 휴지통 청소를 수월하게 하고자 비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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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화장실에서 수거한 서류는 40여장이었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민감한 내용이 다수였다. 휴지통에선 민원인의 주민번호와 휴대전화번호,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비롯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각종 증빙 서류가 나왔다. 피해자의 구체적인 범죄 피해 사실이 기록된 범죄사실 요지 서류도 있었다. 한 휴지통에선 환자의 공황장애나 약물중독 상태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진료기록까지 발견됐다. 법원 직원 등 문서 출력자가 명확한 경우도 다수였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분실ㆍ도난ㆍ유출ㆍ위조ㆍ변조ㆍ훼손되지 않도록 내부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접속기록 보관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ㆍ관리적ㆍ물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민원인에게 서류를 접수 받아 처리를 담당하는 이는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법원에서 재판ㆍ소송 서류가 부실하게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울고등법원과 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서울 권역 내 동서남북 4개 지법과 지검에 있는 모든 화장실을 확인한 결과 서울 북부지법을 제외한 다른 곳에선 아예 휴지통이 따로 없거나 신문지를 깔개로 사용하고 있었다.


서울 북부지법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법원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서류 대신 일회용 페이퍼 타올을 휴지통 아래 깔아두거나 아예 휴지통을 치운 상태다. 서울 북부지법 관계자는 "문서 유출 경로와 출력자 등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다만 출력자가 워낙 광범위하고 서류의 종류도 많아서 확인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춘희 수습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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