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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금연'에 전자담배는 약 또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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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학전문지 "금연 보조재로 효과 좋아" 연구 결과 실어
영국,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 "유해물질 적어"
반면 우리나라 등 대부분 국가 "유해성 일반 담배와 비슷" 반대
시민단체 "10층에서 떨어지나 20층에서 떨어지나"

전자담배. 자료사진. 출처=연합뉴스

전자담배. 자료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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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 최근 방송 중인 보건복지부의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광고다. 그러나 최근 외국에선 정반대로 담배를 피우느니 차라리 전자담배가 낫다는 연구보고서와 금연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남성의 5대 새해 소망 중 하나인 '금연'(禁煙)을 놓고 고민 중인 흡연가들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최근 미국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The Newengland journal of medicineㆍNEJM)은 전자담배가 효과적인 금연 수단이라는 결론이 담긴 보고서를 실었다. 이 매체는 최근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IHR)의 지원으로 피터 하이예크 런던 퀸 메리 대학 교수팀 등이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가 시행한 금연 프로그램 참가자 8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886명의 금연 프로그램 참가자 중 전자담배 사용자 그룹의 1년간 금연 유지율 18%였다. 반면 니코틴 대체제 사용자 중엔 9.9%에 불과했다. 이들 중 목이나 구강에 자극을 느낀 비율은 전자담배(65.3%) 사용자가 대체제 그룹(51.2%)보다 많았고, 메스꺼움을 느낀 비율은 대체제 그룹(37.9%)가 전자담배(31.3%)보다 높았다. 또 전자담배 그룹은 52주차를 기준으로 기침 가래 생성이 니코친 대체제 그룹보다 더 심했다. 숨가뿜이나 호흡부족의 발생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 보고서는 "전자담배는 니코친 대체 요법보다 금연에 더 효과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말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공개한 실험 동영상도 비슷한 내용이다. PHE는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비교해 시험을 했는데, 두 개의 용기에 각각 솜뭉치를 넣은 뒤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담배 연기를 불어 넣었다. 그 결과 일반담배 연기가 들어간 솜뭉치에는 끈적거리는 검은 타르가 묻어 나왔지만, 전자담배는 증기에서 남은 얼룩 정도만 보였다. 그러면서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95% 이상 유해 물질이 적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은 전세계에서 몇 안 되지만 전자담배를 금연 정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보건행정학회에선 이같은 영국의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따르면,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원(NICE)은 금연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처방하는 것을 허가하고, 전자담배를 기존 금연약물 및 인지행동과 병행해서 사용하는 것이 단기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한다. 영국의 금연 서비스는 전자담배로 바꾼 사람들을 존중해 니코틴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난하지 않도록 금연 상담사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 덕분인지 실제 영국의 성인 흡연율은 지난해 9월 PHE 보고서상 14.9%로, 7년전에 비해 5% 하락해 사상 최저다. 유럽에서 스웨덴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국가다.

뉴질랜드 정부도 지난해 11월 말 2025년까지 흡연율을 5%로 낮춰 Smoke-Free country(담배 연기없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금연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자담배를 대체제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일반담배 대비 유해성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금연을 위한 대체재로 사용하기를 권장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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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까지 이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곳들이 더 많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유해물질 배출이 궐련형 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코틴 용액을 배터리로 가열해 수증기 형태로 흡입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열로 담뱃잎을 쪄서 거기서 나오는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유해성 물질이 적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권련형 전자담배도 여전히 얼마나 건강에 해로운 지 여부에 대해선 정확히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두고 20층에서 떨어지나 10층에서 떨어지나 매한가지"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사 전자담배가 유해성이 적다고 해도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국가가 '유해성이 적으니 전자담배를 이용하라'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고서를 통해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 담배와 유사하고 타르의 경우 되레 높게 검출됐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우선 금연 효과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상당수의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일반담배 흡연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냄새가 없어 '몰래 흡연'이 가능해진다. 청소년들의 흡연율 상승ㆍ비흡연자들의 간접 흡연 피해 급증 등도 문제다. 과일향 등 첨가제로 인한 부작용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니코틴 등 유해물질 배출양이 일반 담배보다 유의미하게 적더라도 암 발병 등 각종 질병 유발 원인으로 작용하는 데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 정부가 최근 전자담배의 생산과 판매, 유통, 광고 등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는 등 고강도 규제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NEJM지도 찬반 입장을 골고루 함께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보고서와 함께 실린 논평에서 보스톤 대학의 벨린다 보렐리 연구원은 "전자담배는 향료로 인해 폐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사람들은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를 모두 사용하게 될 가능성 등 몇가지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금연 치료시 다른 방법이 효과가 없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드라젠 NEJM 편집장 겸 하버드대 교수도 "10대들의 담배 중독에 전자담배가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미 FDA가 향이나는 모든 전자담배를 즉각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데이비드 에이브람스 뉴욕대 사회행동과학과 교수는 "누구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지금 전자담배로 전환해야 한다"며 "새로운 연구 결과는 전자 담배가 기존 요법보다 훨씬 더 쉽게 담배를 끊도록 도울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연도별 흡연율.[자료제공=보건복지부]

▲연도별 흡연율.[자료제공=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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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전자담배의 점유율이 대폭 상승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지난해 3억3200만갑 팔려 전년(2017년 5월 첫 출시·7900만갑)보다 320% 뛰었다. 반면 일반 담배 판매량은 31억4000만갑으로 전년과 비교해 8.9% 감소했다. 전자담배의 점율은 총 판매량 34억7000만갑의 9% 정도를 차지했다. 전년대 (약 35억만갑 중 7500만갑)에 비해 3.2배 이상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일반담배에 넣었던 경고 그림을 삽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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