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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의 휴먼 피치] 감독은 그렇게 감독을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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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선수들에도 좀 보라고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해 우승한 스즈키컵(11월8일~12월15일)에서 보인 '벤치액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감독의 벤치액션은 뜨겁다. 큰 동작으로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선수들이 평정심을 잃었다면 두 손을 어깨 위로 높이 든 후 아래로 향해 힘있게 내린다. 선수들 위치가 맞지 않을 때는 손바닥을 빠르게 좌우로 흔들며 조정해준다. 심판 판정에 항의할 때가 압권. 주심 혹은 대기심을 불러 놓고 미간을 찌푸리며 열변을 토한다. 과거 K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을까. 선수들은 박 감독의 벤치액션의 기를 받아 스즈키컵을 우승했다. 다음 도전 무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다. 박 감독의 벤치액션은 아시안컵에서 계속 될 것 같다.

박 감독의 벤치액션을 보면 그를 지척에 두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든 거스 히딩크 감독과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 프랑스와의 마지막 친선경기. 당시 우리 선수들은 프랑스를 두려워할 수도 있었다. 과거 프랑스에 0-5로 수차례 패했고 프랑스에는 지네딘 지단 등 최고의 선수들이 있었다. 이를 인지한 히딩크 감독은 벤치에서 열의 있게 움직였다.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외투를 벗어 싸우려는 시늉까지 했다. 이때 그를 뒤에서 잡고 말리던 이가 박 감독이었다. 그 힘으로 우리 선수들은 잘 싸웠다. 2-3으로 패했지만 밀리지 않은 경기내용과 장면 하나하나가 빛났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벤치액션을 이어갔다. 스페인과의 8강 경기에서 심판에 항의하다가 물통을 들어 심판에게 물을 권하며 재치있게 넘긴 풍경은 희대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박 감독과 히딩크 감독처럼, 감독은 그렇게 감독을 닮는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살린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을 봐도 그렇다. 그는 과거 선수시절 함께 일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닮았다. 솔샤르 감독은 지난해 12월부터 맨유 지휘봉을 잡고 5연승을 달렸다. 그 배경에 퍼거슨 감독이 있다. 퍼거슨 감독은 솔샤르에게 있어 '교본'과도 같다. 솔샤르는 2003년 무릎을 다쳐 다음 시즌까지, 2년 동안 경기에 못 나갔다. 이때 퍼거슨 감독은 솔샤르가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솔샤르는 이때부터 퍼거슨 감독의 여러 방식들을 메모했다고 했다.
그는 현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 그와 함께 한 세계적인 선수들 25명이 항상 굶주려 있게 하는 방법, 구단을 이끄는 방법 등을 기억해뒀다"고 했다. 폴 포그바 등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급 선수들이 있는 맨유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한 힘은 그의 메모와 닮고자 하는 의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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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아시안컵에서도 감독들은 각자의 우상 혹은 과거 지도자들과 닮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것이 승리의 열쇠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축구대표팀의 우승으로 59년의 한을 풀어주려 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도 그렇다.

벤투 감독은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과 2003~2004년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지냈다. 1997~1998년에는 레알 오비에도(스페인)에서 오스카 타바레스 우루과이 대표팀 감독과 함께 한 인연도 있다. 벤투는 과거 국제축구연맹(FIFA)과 한 인터뷰에서 이 두 감독으로부터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는 "(두 감독님들이) 팀을 지휘하는 요소들이 나를 많이 성장시켰다. 내게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빌드업을 중시하면서 후방을 균형 있게 만들고 전체 경기를 지배하려는 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수비에 역점을 둔 산토스, 전술의 균형을 지키는 타바레스 감독과 흡사하다.

재미있는 점은 산토스, 타바레스 감독 모두 대륙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산토스 감독은 포르투갈을 이끌고 유로2016에서, 타바레스 감독은 2011년 우루과이의 코파아메리카 우승을 맛봤다. 올해는 과연 벤투 차례일까?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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