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1985년 7월 30일, 북한 정준기 부총리는 서울올림픽을 서울과 평양에서 공동으로 치르고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하자는 담화를 발표했다. 앞서 1년 전 열린 LA올림픽에 남북이 단일팀을 꾸려 나갈 것인지 수차례 체육회담을 했었고,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남북 단일팀이나 공동개최 등을 둘러싸고 회담을 제안하는 등 올림픽을 둘러싼 '신경전'이 한창인 시기였다.
이틀 후 이영호 당시 체육부장관은 남북 공동개최 제의에 대해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올림픽을 치르기 전까지 IOC 중재 아래 수차례 체육회담이 열렸고, 이듬해에는 김일성 주석이 "(올림픽 공동개최는) 분열의 위기로부터 구하자는 진지한 염원에서 나온 것" "친선, 협력, 평화라는 올림픽 운동의 이념에 전면적으로 합치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하면서 공동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1985년 7월 30일 북한이 올림픽을 남북이 공동개최하자는 성명을 발표하자 이튿날인 31일 우리 정부부처 관계자는 안기부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안기부 전략회의단 회의자료 가운데 각하분부사항.<이미지출처:국가기록원>
원본보기 아이콘같은 해 열린 남북 국회회담에서도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초미의 관심사안이었으나 9월 들어 참가하지 않겠다는 점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앞서 열린 모스크바ㆍLA올림픽의 경우 당시 냉전상황과 맞물려 각각 서방국가나 공산진영 국가가 대거 불참한 반면 서울올림픽 때는 중국을 비롯해 동독(독일민주공화국), 옛 소련 등이 참가하면서 IOC 회원국 대부분이 참가한 대회로 남았다.
서울올림픽을 치른 지 30년이 흐른 2018년,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UN총회에 참석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를 공식 제안했다. 일찌감치 협의를 시작하자는 제안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합의문에 "올림픽 공동유치에 협력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4년마다 열리는 하계올림픽의 경우 2020년 도쿄, 이후 파리(2024년)ㆍLA(2028년)까지 대회장소가 결정됐다. 당초 우리나라에서도 부산이 2028년 올림픽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IOC가 지난해 2024년과 2028년 개최지를 한꺼번에 결정하면서 올림픽 개최의사를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IOC는 대회 7년 전에 총회를 열고 차기 개최도시를 정해왔다.
남북이 2032년 올림픽 공동유치에 뜻을 모은 건, 올해 초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 것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급변했듯 올림픽이 평화와 화합 정신을 보여주는 데 상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반도와 주변국의 외교관계는 얼어붙었었지만 올해 초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갑작스레 바뀌었다.
실제 다음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기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우리 정부는 서울 등 관련 지자체의 의사를 확인한 후 북한, IOC 등과 꾸준히 논의할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차기 남북 체육회담이 언제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주무부처로서 북측이나 IOC, 아울러 개최의사를 밝힌 지자체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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