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개팔자가 상팔자다’란 속담이 있다. 놀고 있는 개가 부럽다는 뜻으로 일이 많아 고생스러울 때 넋두리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에 매해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거액의 유산을 물려주기도 한다. 팔자가 사람보다 좋은 '상팔자' 반려동물들이 등장한 것.
미국의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헴슬리는 자신이 사망하면 반려견 ‘트러블’에 1200만 달러(약 134억원)를 상속하겠다는 유언장을 남겼다. 헴슬리의 유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손주 2명은 뉴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트러블의 유산을 200만 달러(약 22억원)로 줄이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트러블은 매해 6700만원 가량을 쓰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
미국과 같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유산 상속은 상당히 흔한 일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반려견들에게 3000만 달러(약 336억원)를 물려주기로 약속했고, 배우 드류 베리모어도 반려견에 360만 파운드(약 53억원)을 상속키로 했다.
강아지 ‘하루’를 키우고 있다는 직장인 안모 씨(27)는 얼마 전 하루의 생일을 맞이해 생일파티를 열었다. 안 씨는 “하루의 생일을 꼭 챙겨주고 싶어 회사에 연차휴가까지 냈다”며 “하루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하고, 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케이크를 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그렇게까지 해야하냐’며 유난스럽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자취를 하다보니 하루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애틋하다”며 “1년에 한 번이니까 매해 생일을 챙겨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반려동물 생일파티’를 검색하면 수만 건의 후기 글이 올라와 있다. 반려동물의 종류도 강아지, 고양이부터 햄스터, 거북이까지 다양하다. 반려동물에 고깔모자를 씌우고 색색의 풍선과 ‘생일 축하해’란 메시지가 담긴 가랜드도 걸어놓는다. 생일상도 상당히 화려한데, 수제 간식, 케이크는 물론 펫용 미역국도 등장했다.
이렇다 보니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지난 2013년 '펫팸족(Pet+Family)'이 반려동물을 위해 쓴 돈은 가구당 월평균 13만5632원. 2020년까지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5조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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